거짓된 입술과 속이는 혀
(시편 120편)
1절 말씀입니다. “내가 환난 중에 여호와께 부르짖었더니 내게 응답하셨도다” 원문에서 ‘부르짖다’는 동사는 완료형이고 ‘응답하셨다’는 동사는 미완료형으로 쓰였습니다. 그래서 시인의 상황에 대해서 과거로 해석하기도 하고 또 현재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시인이 처한 상황은 ‘환난 중’ ‘고통 중’에 있다고 시인이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시편 120편이 바벨론 포로기 이후에 지어졌을 것이라고 하는 이도 있고, 또 더러는 다윗이 피난 시절에 지은 시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어쨋든 공통된 의견은 시인은 지금 적들로 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는 사실입니다.
2~3절에서는 시인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적의 정체에 대해서 말합니다. 그것은 바로 원수들의 ‘거짓된 입술, 속이는 혀’입니다. 한글 속담에도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지요. 찌르는 말 만큼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4절에 시인은 ‘거짓된 입술과 속이는 혀’를 향해 저주의 심판을 퍼붓고 있습니다. 장사의 날카로운 화살이 쏘고, 열기가 오래 지속된다는 로뎀나무의 숯불로 심판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시인은 5~6절에서 무엇 때문에 자신이 이러한 어려움을 당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말합니다. 이유인즉슨 자신이 ‘메섹에 머물며, 게달의 장막 중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는 것입니다. 메섹은 '두발'과 함께 거명되었던 인물의 이름인데(창10:2;겔27:13) 여기서는 그의 후손으로서 흑해와 아락시스 사이에 거주했던 야만족을 가리킵니다. 에스겔38:2에서는 이스라엘을 침공하는 이방 연합군의 지도자들 중 하나로 언급되기도 해요. 그리고 ‘게달’은 이스마엘의 후손으로서(창25:13) 아라비안 반도를 누비며 약탈을 일삼던 무리들이였어요. 그래서 본문 6절에서 ‘내가 화평을 미워하는 자들과 함께 오래 거주하였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서두에서 일부 학자들이 본 시편이 바벨론 포로 이후에 쓰여진 시였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끝으로 시인은 자신은 평화를 원한다고 고백하고 적들은 서로 싸우려고 한다고 말하며 시를 마무리 합니다.
저는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떠올랐던 하나의 시가 있습니다. 바로 윤동주의 자화상이라는 시예요.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윤동주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 갈등하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시를 통해 표현하는듯 합니다. 예수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실 때, 졸고 있는 제자들을 향해서 말씀하셨습니다.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
시편120편의 시인은 사방의 자신을 말로 공격하는 타인을 향해 저주를 퍼붓는지 모르지만, 오늘 이 시편을 읽고 묵상하는 저 자신은 내 영혼을 공격하는 원수는 타인이 아닌 바로 내 안에 있는 육체의 욕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내 마음은 그것이 아니라고 소리치고 있지만, 또 다른 나의 자아는 내 입과 내 혀로 저주와 욕설을 내뱉고 있습니다. 이 둘의 싸움은 끝나지 않습니다.
시인은 우리에게 이와같은 싸움, 그것이 외부의 적과의 싸움일 수 있고, 내안의 적과의 싸움일 수도 있습니다. 어쨋든 모든 싸움에서 우리가 지지 않고 승리할 수 있는 길에 대한 힌트를 주고 있습니다.
시인은 메섹과 게달, 화평을 미워하는 자들에게서 써나서 ‘화평케 하는 자 안에 머물라’는 역설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올 한해 우리 교회에게 주신 표어가 무엇이죠? ‘와서 보라’하는 주님의 초청의 말씀입니다. 주님 안으로 들어가서 주님과 함께 머무는 시간을 가질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가 당면한 모든 영적 전쟁에서 주님과 함께 승리할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를 살아갈 때도, 화평케 하는 샬롬의 왕, 평강의 왕되신 예수 안에 머물고, 진리로서 승리하는 저와 여러분 다 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기도제목
- 나의 혀에 재갈을 물리어 주님이 하게 하시는 말을 하게 하시고, 다른 사람을 세워주고 격려하고 위로하고 힘을 주는 말을 하는 자가 되게 하소서.
- 내 마음에 주님의 말씀을 가득 담아서 주님의 말씀이 내 입을 통해서 선포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말씀의 능력으로 살아가는 삶이 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