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온 편지
명수정 집사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며 길을 걸을 때가 많습니다. 예전에는 흥으로 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내 인생에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결혼을 하고 자식이 생기니 나만을 위해 살 수 없었고, 남에게 사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발달 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써의 삶은 그 이전과는 180도 다른 것이었습니다. 내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면 겁이 났고,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정말 진실한 크리스챤이 되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신실하게 살기가 어려웠습니다. 매일 회개하고 후회했고 상처받고 가슴으로 울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전투처럼 살아냈습니다.
그러다 올해 상반기, 여선교회 일원으로 지내는 동안 하나님께서는 저에게 큰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나를 죽이고 남을 세우는 것, 남을 즐겁게 하는 것이 결국은 나를 기쁘게 할 수 있다는 것, 나 같이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밥하고 설거지 하고 걸레질 하는 것도 쓰일 수 있다면 감사의 마음으로 그 일에 임해야 한다는 것, 나로 인해서 어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 힘을 얻고 주님과 더 친밀한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삶은 비록 평범해 보이지만 주님이 내게 맡기신 사명을 감당하고 있는 가치 있는 삶이라는 것, 지금은 열매 맺지 못해도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 한참이 지난 후에 주님의 뜻을 헤아릴 수 있게 된다는 것, 현실이 너무 힘들어도 희망이 없어 보여도 주님만 바라보며 나아가다 보면 주님이 나를 사랑하시고 나를 통해서 놀라운 계획을 이루고자 하신다는 것, 주님 안에서 자녀로 살면서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일 때 주님은 나를 축복해주시고 세상 가치가 아닌 주님의 가치로 인정해주신다는 것 등... 이런 깨달음이 저에게 온 것이 정말 신기합니다.
이런 안정된 삶에 익숙해지려고 하는데 갑자기 홍콩으로 이주하게 되었습니다. 왜 나를 이리로 보내시는지 뜻이 있으시겠지만 지금 홍콩생활은 싱가폴 생활보다 훨씬 힘듭니다. 왜냐하면 내 아들을 위해 반드시 사람과의 관계를 진심으로 친밀하게 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남에게 베푸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남이 나를 이해해주길 바라고 남에게 좀 손해보라고 얘기해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왜냐하면 남이 스스로 느껴서 변화되기를 기다려야하기 때문이죠. 나를 훈련시키시며 더 성숙하게 길들이시는 주님의 의도는 알겠지만 온전히 순종하며 기쁘시게 하기엔 내 그릇이 너무 작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내게 더 내려 놓으라고 하십니다. 나를 더 작게 만드시며 주님께 완전히 의지하며 맡기기를 원하십니다. 내 성격상 참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게 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주님” 으로 입을 열고 기도하며 오늘 나의 하루를 부탁드립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억지로 하지 않고 즐기면서 하게 해주세요. 성내지 않게 해주세요.” 나는 정말 안변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변하더군요, 주님의 품안에서. 인생은 내려놓음으로만 살 수 있고 인생은 내려놓음의 연속이라는 깨달음을 주신 그 분께 감사드리며 때론 눈물 나게 하는 삶을 오늘도 살아갑니다. 나눔과섬김의교회가 너무 그립습니다. 나의 신앙적 고향이며 내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준 우리 교회!!! 그 교회의 주인공이신 모든 성도분들의 내려놓는 삶에 함께 걸어가는 벗이 될 수 있는 날을 다시 기다리며 홍콩에서도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