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를 경외함으로
‘힘있게 허리를 묶으며 자기의 팔을 강하게 하며 ... 그는 곤고한 자에게 손을 펴며 궁핍한 자를 위하여 손을 내밀며 ... 집안 일을 보살피고 게을리 얻은 양식을 먹지 아니하며 그의 자식들은 일어나 감사하며 그의 남편은 칭찬하기를 덕행이 있는 여자가 많으나 그대는 모든 여자보다 뛰어나다 하느니라 고운 것도 거짓되고 아름다운 것도 헛되나 오직 여호와를 경외하는 여자는 칭찬을 받을 것이라.’ 잠언 31장 17~30절
저는 그녀들을 생각하면 잠언에 나오는 이 여인이 떠오릅니다. 힘있게 허리를 묶으며, 함께 하는 이들을 살뜰히 살피는, 주위로부터 칭찬이 자자한 것까지... 그런 그녀들이 어디에 있나고요?
매주 화요일 10시, 나섬 선교관에 가면 뚝딱뚝딱 책걸상 나르는 소리, 웃음 소리, 밥짓는 소리, 유쾌한 이야기 소리로 시끌벅적합니다. 나섬의 자매라면 누구나 올 수 있고 한 번쯤은 꼭 와봐야하며 누구나 환영받아 마땅한 그곳! 여선교회 화요모임의 그녀들입니다.
저는 내향적인 성격으로 화요모임을 알았을 때 혼자서 모임을 찾아가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사실, 자매들의 수다로 시작해서 수다로 끝나는 비효율적인 모임일거란 생각도 들었고, 여전히 내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나의 속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주님은 그런 저를 아셨는지 다른 방법으로 화요모임에 나가게 하셨습니다. 어느 날 저에게 전화 한통이 걸려왔습니다. 함께 부서를 섬기는 집사님이었고 여선교회 임원을 같이 하자고 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고 따르는 분이었지만 그렇다고 임원을 하는 건 다른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 한마디가 결정타였습니다. “지연, 집에서 놀면 뭐해~’’ 그 한마디가 그 당시 저에겐 왜그리 설득력있게 다가왔던지... 전 그 자리에서 바로 남편과 상의도 없이 ‘OK’ 하고 말았습니다. 며칠 후에 신구 임원모임에 가게 되었는데, 낯선 얼굴들이 많았습니다. 저를 초청한 집사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신임회장님은 저에게 대뜸 회계와 서기를 맡아줄수 있냐고 했습니다. 제가 나섬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어도 회계와 서기를 동시에 한다는 건 이상했습니다. 얼떨결에 회계와 서기 인수인계를 모두 받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회장님 집에서 신임원들이 모인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일단 하겠다고 했으니 가보기로 했습니다. 저는 이번에도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임원을 못하겠다고 말하려고 했습니다. 회장님 집의 거실에 들어선 순간, 마치 고급 레스토랑에 온 듯 테이블에 세팅된 장식들, 정갈하게 놓여진 그릇과 식기류, 그 이후에 나온 코스요리들... 저는 감탄하면서도 ‘이걸 먹으면 임원을 해야하는데…’ 하는 생각을 동시에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요리를 한 입 먹는 순간 저는 고민할 것 없이 이미 2019 여선교회 임원모드로 변해 있었습니다…ㅎㅎㅎ 그렇게 가볍게 시작한 저에게 여선교회 임원의 자리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첫 특새 때 새벽 4시까지 음식을 준비해 가는 것부터, 그 시간에 일어나 갈 수는 있으나 가서도 뭘해야 할지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여선교회 일은 한 두명이 바짝 헌신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팀이 하나가 되지 않으면 1년을 견뎌낼 수 없는 봉사였습니다. 이제는 고백하건데 ‘그때 코스요리를 먹지 말았어야 했어’라는 생각을 사실 한..두 번 했습니다. 그런데...이상하게도 시간이 갈수록 여선교회 모임에 가는게 즐거워졌습니다. ‘전우애’란 말이 있지요. 물론 전쟁터는 아니지만, 힘들 수록 서로를 배려하면 우애가 돈독해지기 마련이지요. 선교관 부엌은 저에게 점점 재미난 동네 놀이터로 변해 갔습니다. 그 곳에 가면 재미있는 언니들이 있고 이야기꽃이 피어납니다. 부엌에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면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어떤 주제를 놓고 공방이 펼쳐질 때면 얼마나 배꼽을 부여잡고 웃게되는지 모릅니다. 배 한 박스를 깎더라도 이야기를 나누며 여럿이 깎으면 언제 다 했냐는 반응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걸 혼자 한다면 말 안 해도 얼마나 힘든 일일지 뻔하지요.
종종 임원하느라 애쓰죠? 하는 분들이 계셨어요. 물론, 시간과 물질을 들여야 하는 일입니다.하지만 힘들지 않았습니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힘들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즐거웠습니다. 저는 올 한 해 한국에서 오시는 손님이 많아 모임에 빠지거나 혹은 일찍 가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회장님은 조금도 눈치를 주지 않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오히려 편하게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더 미안하고 고마워서 얼른 돌아가 빈자리를 채우고 싶었습니다. 임원들은 어성경 교재가 부족해서 받았던 책을 모두 반납하고 강의를 제대로 들을 수 없어도 누구하나 불만을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강의를 못 듣는게 내심 서운했는데 말이죠. 여러 자매들이 모이다 보니 말고 많고 탈도 많지 않았겠습니까? 하지만 우리 임원들은 한번도 다툼이나 불미스러운 일들이 없이 한 해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를 단 한 번도 놓지 않고 함께 하신 주님의 은혜이지요. 선교관 부엌은 10명의 자매들이 분주히 움직이기엔 좁은 공간입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부대끼고 얼굴을 마주하며 대화 할 수 있었습니다. 수다의 즐거움과 기쁨을 맘껏 누릴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저에게 선교관 부엌은 그저 그런 부엌이 아닙니다. 그 곳을 생각만해도 어디선가 우리자매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사랑스러운 얼굴들이 떠오릅니다.
여호와를 경외함으로, 화요일이면 아침 일찍 나와 허리를 힘있게 묶고 자기의 팔을 걷어붙이며 바쁘게 움직이는 아름다운 그 모습들이 그려집니다. 보이든 보이지 않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여선교회를 빛내준 우리 자매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끝으로 여선교회의 많은 이야기들이 있는데 임원들 이야기에 국한되어 나눈 것이 아쉽습니다. 저의 한없이 부족한 글 솜씨를 한탄하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