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연, 하나님의 계획
남편을 따라 직장을 휴직하고 싱가폴에 온 덕분에 둘째를 낳았습니다. 첫째를 대충 키운 것 같아 둘째는 잘 키워야지 했는데, 그 5년의 사이에 체력은 더 딸리고 좋은 엄마가 그냥 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연히 생명의전화 상담원 교육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애들 잘 키우고 남는 여력이 있으면 좋은 일도 하면 좋지 하는 소박한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우연한 시작에서 상담봉사원, 실무진을 거쳐 원장으로 4년, 고문으로 2년, 현재 11년여 생명의 전화가 제 생활의 큰 부분이 되었습니다.
자율성이 중요하고 게으른 완벽주의 성향인 제가 마치 허울좋고 가난한 집의 무능한 가장같이 느껴지고 조급하고 버거울 때 이 화요선교모임을 권유받았습니다. 사람들의 실직적인 도움이 필요할 때 지금도 너무 힘든데 뭔가 더 하라는구나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제서야 가나안 성도에서 벗어나 제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속도대로 참 느리게, 하나님께 가까워져 갔습니다.
제가 좀더 제 나름의 열심을 내며 신앙생활을 하던 작년, ‘기도하라 반드시 응답하시리라’ 하실 때 전 무뚝뚝한 남편이 좀 변할라나 기대를 했습니다. 작년 화요선교모임을 시작하면서 예쁘게 성경구절을 적어 나눠주셨는데 제가 뽑은 것은 하필이면 “애통한 자 복이 있나니 위로를 받을 것이며”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리고 곧 갑작스러운 남편의 구조조정이 있었습니다. 감사히도 아주 짧게 실직기간이 끝나고 참 넘치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아들을 통해서 생명의전화를, 생명의전화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우연 같았지만 제 색깔에 맞는 하나님의 살피심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전 아직도 순종이라는 말이 어렵고 궁금한 것이 많고 더 좋은 부활이 두렵습니다. 하지만 공의로우시고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시는 하나님, 나의 약함을 사용하시는 하나님, 굳이 저를 내거 하자하고 욕심내신다는 하나님, 제게 계획이 있다는 하나님을 사랑합니다.
여전히 표현에 서툴지만 사랑하고 지지하는 가족과 함께, 치유, 나눔, 성장의 뜻으로 세워갔던 생명의전화와 함께, 하나님이 그 형상대로 빚으신 한 사람 한 사람의 얘기를 들을 수 있도록, 위로하고 응원하고 축복하는 한 사람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