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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규례" (레17:1-16)
찬송가 (268장)

서론 _ 레위기 전체 구조 속에서 레17장의 위치
레위기 16장이 레위기 전체의 구조 속에서 중심부에 위치하는 장이라고 한다면, 오늘 우리가 살펴볼 레17장은 ‘속죄’의 중심이 되는 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피의 의미와 기능’에 관한 말씀을 하고 있습니다. 레위기 기자는 앞서서 중간 중간에 계속해서 ‘피’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피는 절대로 먹어서는 안되고, 피를 가지고 제사 의식에서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라고 하는 등등 여러가지 피와 관련된 규례를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피에 대한 규례’만 따로 떼어서 언급하지는 않았는데, 레위기 17장에서는 바로 앞서서 계속적으로 언급했던 그 ‘피와 관한 문제’를 집중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오해 바로잡기
왜 이렇게 레위기17장 한장을 통틀어서 ‘피’에 관해서 집중해서 설명하는 것일까요? 그 만큼 이 부분이 중요하다는 의미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 이 부분에 있어서 부가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면 오해 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피’와 관련해서 우리가 가지는 기존 생각들이, 이교도의 주술적 행위와 연관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곡성’이라는 영화를 보면, 영화 중에 무당이 ‘닭피’인지 무슨 피인지 모르겠지만, 피를 가지고 부적을 쓴다던지, 그리고 굿 하는 장면에서는 피흘리는 돼지를 걸어 놓는다던지 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피를 보면서 그와 같은 신비적이고, 주술적인 도구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도 예전에 그런 미신적인 생각을 했잖아요. ‘이름을 빨간색으로 쓰면 불길하다더라’ 아마도 빨간색이 피의 색과 같아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런데 성경에서 그와 같은 ‘피에 대한 생각’들, 앞서서 레위기 말씀에서 나왔던 많은 부분들 속에서 주술적인 의미로 피의 의미와 기능을 오해하는 사람이 있을까봐서 레위기 기자는 레17장 한장을 통틀어서 ‘피의 의미’에 대해서 집중해서 다루고 있는 것입니다. 

레위기 17장에서는 피의 의미와 기능이 어떤 주술적인 것이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피’는 의학적인 지식이 없었던 그 당시나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사람이나 동물에게 있어서는 없어서는 안되는 굉장히 중요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사람들에게 가장 원초적이나마 가장 분명하고 강렬하게 인상이 남을 수 있는 이미지로 뭔가 메시지를 던지고자 하신 것입니다. 
그러니깐, 피 자체에 무슨 영험한 효능이 있어서, 그 피의 효력으로 우리의 죄가 대속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피’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우리에게 ‘대속의 원리’를 전달하고자 하신 것이죠. 
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가 하면은 ‘피’ 없이도 얼마든지 속죄가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꼭 피를 흘리는 제사를 드려야지만 속죄가 되는게 아니였어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피 없는 ‘소제’를 드림으로도 그들의 죄가 용서 받을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그러니깐 ‘피’라는 것은 하나의 상징적인 것이지, 반드시 ‘피 흘림’이 있어야지만 속죄가 된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하나님은 ‘피’에 관한 규례를 정하심으로 스스로 피의 의미와 기능에 큰 강조점은 두셨지만, 그렇다고 피 그자체에 무슨 영험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11절 _ 중심메시지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피에 관한 규례’를 통하여 우리에게 알려주고자 하셨던 중심 메시지가 무엇이였느냐! 11절이 레17장의 중심 구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11 육체의 생명은 피에 있음이라 내가 이 피를 너희에게 주어 제단에 뿌려 너희의 생명을 위하여 속죄하게 하였나니 생명이 피에 있으므로 피가 죄를 속하느니라

사실 한글번역이 좀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보다 원문에 가까운 번역은 ESV버전인데요. 한글로 번역하면, “왜냐하면 육체의 생명은 그 피 안에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것을 너희를 위해 제단에 주었는데, 이는 너희 생명을 속죄하기 위함이다. 이는 그 피가 그 생명으로 대속하기 때문이다” 
총 3가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육체의 생명은 피에 있다” 이것은 하나님의 창조의 결과이고, 그리고 피의 기능으로 생명을 유지하게 하는 기능을 주신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하나님이 제물의 피를 제단에게 주었다”라고 말합니다. 모든 육체의 피가 생명으로 대체될 만큼 중요한 존재이지만, 그 중에서 특별히 제단을 위해 사용될 피가 있고, 그 피를 하나님이 직접 제단에게 주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피가 대속한다” 그러니깐, 하나님이 창조의 원리 속에 피라는 존재를 생명을 유지하게 하는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중요한 존재로 만드셨고, 그리고 하나님이 그 모든 육체의 피 가운데 제단으로 돌릴 피를 구분하셨고, 그 제단에 뿌려진 피는 대속하게 하는 기능을 감당하게 하셨다는 것입니다. 

성경이 여기서 우리에게 계속 강조하면서 전하고 있는 것은 하나님이 그렇게 하도록 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이것을 통해서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중심메시지는 ‘생명 맞바꾸기’입니다. 생명을 상징하는 동물의 피를 흘림으로, 그리고 그 피를 제단에 쏟음으로, 우리의 생명과 맞바꾸는 거예요. 
제사를 드리는 자로 하여금 제사를 드릴 때에 이 모든 광경을 보면서, 어떻게 자기의 죄가 속죄가 되어지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 보게 하신 것입니다. 
죄인된 인간은 이 제사의 과정을 결코 율법적이고, 의례적이고, 관습적인 행위로 치부해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나의 죄가 대속되는 광경을 보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예요. 구약의 이스라엘이 망한 이유는 하나님이 이 제사를 만드신 이유와 목적을 상실하고, 율법적인 행위만 남아 치뤄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제사의 과정안에서 쏟아 부어지는 피흘림을 통해서, 죄인된 인간이 그 죄로 말미암아 주어진 고통과 아픔과 슬픔이 얼마나 큰지를 경험해야 하는 것입니다. 원래 내가 죽어야 할 그 자리에 나를 대신해서 죽임을 당하는 그 동물의 죽음을 통해서, 죄의 결과가 얼마나 끔찍한지, 그리고 그 죄에 대한 심판의 유보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신약의 가르침
그러나 우리는 구약을 사는 사람이 아니고, 신약을 사는 사람이니, 신약의 말씀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수님은 ‘이것은 죄 사함을 얻게 하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고 하시고, 히브리서9:12에서는 ‘염소와 송아지의 피로 하지 아니하고 오직 자기의 피로 영원한 속죄를 이루사 단번에 성소에 들어가셨느니라’고 말씀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물과 피를 다 쏟으심으로 완성하신 대속의 은혜입니다. 구약의 제사자들이 동물의 죽음을 바라보며 그 끔찍한 광경 앞에서 자기의 죄를 자복하고 회개하며 나아갔던 것 처럼, 우리는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기독교를 상징하는 종교적인 기호’ 정도로 생각하고 그칠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나의 죄를 바라보고, 나의 죄를 대신하여 죽임 당하신 예수님과 그리고 그 예수님의 죽음을 묵묵히 지켜 보셨던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오늘 본문의 첫번째 중심 메시지 이구요. 

피 먹는 문제
레위기 17장의 또 하나의 큰 중심 메시지는 ‘피를 절대 먹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14절이 그 중심 구절인데요.

14 모든 생물은 그 피가 생명과 일체라 그러므로 내가 이스라엘 자손에게 이르기를 너희는 어떤 육체의 피든지 먹지 말라 하였나니 모든 육체의 생명은 그것의 피인즉 그 피를 먹는 모든 자는 끊어지리라

이것은 신약시대에 와서도 기독교 유대인들 사이에서는 큰 이슈거리였습니다. 그래서 사도행전 15장에는 이 문제로 논쟁이 일어난 예루살렘 교회에 ‘우상의 제물과 피와 목매어 죽인 것과 음행을 멀리할지니라’고 결론을 짓고 있습니다. 논쟁의 핵심은 ‘피를 먹는 것’에 관한 문제인거죠. 만약에 이 결론이 양보할 수 없는 절대적인 하나님이 정하신 법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제가 그토록 좋아하는 ‘선지해장국’은 절대로 먹어서는 안됩니다. ‘스테이크’도 레어로는 먹어선 안되요. 그런데 우리는 지금 너무나 잘 먹고 있어요. 신약시대에 와서 예수님께서 이미 율법을 완성하셨기 때문에 더 이상 이와같은 율법에 메일 필요는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직 율법의 시대에서 벗어난지가 얼마되지 않은 초대교회 안에서는 이 문제가 예민한 문제일 수 밖에 없었던거죠. 그래서 바울이 말한 것 처럼, 누군가의 마음에 시험거리를 주지 않기 위해서 안전장치로 임시적으로 그와 같은 약속을 했던 것 이죠. 
그런데 사실 예수님은 오히려 우리에게 ‘피를 마시라’고 하셨습니다. ‘이는 너희를 위하여 흘리는 나의 피니 곧 언약의 피니라. 너희가 다 이것을 마시라’고 하십니다. 물론 포도주를 가리켜 자기의 피라고 하신 말씀이시지만, 하지만 분명히 ‘자신의 피를 마시라’고 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말씀은 구약의 ‘피를 절대 먹지말라’는 말씀과는 상충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언제나 그랬지만, 주님은 율법을 폐하시려는게 아니라 완성하시려는 것입니다. 
구약의 제단에 드려지고 뿌려진 동물의 피는 우리의 죄를 대속하는 기능이 있었습니다. 그 피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대속하시기 위해서 제단에 주신 것이였습니다. 그 하나님이 베푸신 대속의 은총에 우리가 감당해야 할 어떠한 몫도 없었습니다. 
신약에 와서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으로 부어진 예수님의 피는 우리의 죄를 대속하는 기능하고, 더 나아가 이 구속의 은혜를 경험한 이들을 더 큰 축복의 길에 동참할 것을 요청합니다. 

우리가 축복하는 바 축복의 잔은 그리스도의 피에 참여함이 아니며 우리가 떼는 떡은 그리스도의 몸에 참여함이 아니냐 (고전10:16)

이미 대속의 길을 주께서 이루셨는데, 구원함을 얻은 우리가 이제 예수님의 찢기신 몸을 먹고, 흘리신 피를 마심으로, 그 주님의 사역에 동참할 것을 말씀합니다. 그 잔은 고난의 잔이 아니라 오히려 ‘축복의 잔’이라고 말씀합니다. ‘사랑하는 자야. 일어나. 나와 함께 이 길을 걸어가자’라고 주님께서 우리를 초청하고 계신 것입니다. 
우리는 도살장으로 힘없이 끌려가는 어린양이 죽음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불행한 길로 걸어간 것이라고 여겼지만, 하나님은 한 알의 밀이 떨어져 죽어서 많은 열매를 맺는 축복의 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를 살아가면서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이루신 대속의 은혜를 기억하고, 그 은혜를 받아 충만하게 누리고 살고, 또한 거기에, 만족하는 인생이 아니라, 그 주님의 걸어가신 길에 동참함으로 진정한 축복의 길을 걸어가시는 저와 여러분이 다 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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