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47장 “기근이 더욱 심해질수록”
찬송가 : 88장 “내 진정 사모하는”
7년 기근의 위기를 맞이해서 야곱의 가족은 결국 가나안 땅을 떠나 애굽 고센땅으로 이동합니다. 고센 땅은 농사를 주로 짓는 애굽 사람들에게 안 좋은 땅이었지만, 양과 소를 목축하는 이스라엘 공동체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땅이었습니다. 그래서 2절에 요셉은 형들 중 다섯 명을 택하여 바로에게 찾아가 고센 땅에 잠시 머물며 기근의 어려움을 피해 살도록 허락을 받습니다. 4절에 바로 앞에서 요셉이 허락을 구하는 대화를 보면 “이곳에 거류하고자 왔으니”라는 고센 땅에 살고자 하는 이유 중 하나를 말합니다. 거류한다는 것은 영원히 머물다는 뜻이 아니라 잠시 머물다가 떠날 것이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나그네로 살면서 기근의 위기가 끝나면 떠날 것이라는 것입니다.
야곱이 애굽에 내려갔을 때 나이가 130세였는데, 9절 말씀에 보면 그는 바로와의 대화에서 130년의 인생 전체가 나그네 인생이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야곱이 바로에게 아뢰되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백삼십 년이니이다 내 나이가 얼마 못 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연조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 이스라엘 공동체의 정체성은 분명했습니다. 나그네입니다. 이것은 아브라함과 이삭을 통해 이어져 내려온 공동체의 정체성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야곱과 요셉을 통해 그 신앙의 정신이 이어져가고 있는 것입니다. 7년 기근은 길어야 7년이면 끝나는 위기이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애굽과 고센 땅이 아무리 보기 좋아도 저들이 영원히 살아가야 할 세상은 아니었습니다.
오늘 우리 그리스도인의 정체성, 가정과 교회의 정체성도 영적 이스라엘 공동체의 족보를 따라 살아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유한한 이 땅의 삶에 얽매여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돌아갈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를 소망하며 살아가는 것이 곧 나그네의 삶입니다. 이 땅의 슬픔도 기쁨도 영원하지 않은 것은 그것은 길어봐야 7년이라는 유한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가 흘리는 눈물은 언젠가 때가 되어 주님이 기쁨으로 바꿔주실 것입니다. 그러나 삶의 현실은 그저 나그네의 삶만을 살도록 요구하지 않습니다. 애굽과 같은 세상은 우리 가정과 자녀들에게 더욱 치열한 삶을 살아가도록 요구합니다.
13절에 “기근이 더욱 심하여” 집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돈은 애굽에 비축되어 있던 곡식을 사느라 다 써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돈이 다 떨어지면서 가지고 있던 가축을 곡식과 바꾸게 됩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돈과 가축은 애굽에 쌓이게 됩니다. 그리고 가축도 다 떨어지자 이제는 토지를 먹을 것으로 바꾸게 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기근의 위기를 벗어나게 된 것은 맞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저들이 가지고 있던 돈과 재산은 애굽의 바로의 재산이 되어버립니다. 20절에 “땅이 바로의 소유가 되었다”고 기록되어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사람들은 더 이상 곡식과 바꿀 것이 없어지게 되자, 자신의 노동력을 애굽의 바로에게 저당 잡히게 됩니다. 앞으로 해마다 추수할 때면 소득의 20%는 애굽의 바로에게 바쳐야 하는 새로운 토지법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애굽과 같은 세상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새로운 토지법위에 군림하며 살고자 모두가 애굽의 바로가 되고자 합니다. 기근이 더욱 심해질수록 우리 삶의 고민과 고통은 더해갑니다. 영적 이스라엘 공동체로서의 나그네 정체성을 유지하고 살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7년의 기근이 지나고 이스라엘 공동체가 고센 땅에 정착하여 산지 17년이 되었습니다. 27절의 말씀처럼 그들은 생육하고 번성하였기 때문에 가나안 땅에 돌아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삶의 현실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이때 야곱이 요셉을 불러다가 마지막 유언과 같은 말을 남깁니다. 30절에 자신이 죽으면 애굽에 장사하지 말고 가나안 땅 자신들의 조상이 묻힌 곳에 장사해 달라고 말합니다. 야곱은 자신의 죽음을 통해 이스라엘 공동체가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애굽과 같은 세상에 살아가지만 결국 우리가 최종적으로 바라보아야 할 곳은 가나안 땅임을, 하나님의 약속이 있는 땅임을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말씀을 마무리 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는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갑니다. 7년 풍년의 기쁨과 7년 흉년의 위기가 교차하는 현실 속에서 애굽과 같은 세상은 영적 이스라엘 공동체가 더 이상 나그네로 살아가지 못하도록 우리의 발목을 잡고,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을 부담스럽게 만듭니다. 이럴 때 우리는 끝까지 나그네로 살아가고자 했던 야곱의 마지막 소원을 기억해야 합니다. 잠시 동안 머물며 살아갈 이 땅이 아니라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소망을 품고 살아가는 인생입니다. 나그네는 이 땅에 두 발을 딛고 살아가면서 동시에 하늘에 소망을 두고 살아가는 존재임을 잊지 마십시오. 기근이 더욱 심해질수록 나그네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확실히 붙잡고 살아가는 가정과 교회가 되길 예수님의 이름을 축복합니다.
복음 축제를 위해서
다음 세대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