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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울 때 가장 쉽게 오는 유혹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다. 외로움을 이기는 첫 번째 길은 아무것도 안 하려는 유혹을 이기는 일이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늙고 병들어서 감옥에 있는 바울도 자신의 빈 시간을 그냥 두지 않았다.

네가 올 때에 내가 드로아 가보의 집에 둔 겉옷을 가지고 오고 또 책은 특별히 가죽 종이에 쓴 것을 가져오라 (딤후 4:13)

바울은 “내 신세가 왜 이리 처량하냐” 하면서, 앉아서 하루 종일 하나님을 원망하고 한숨짓지 않았다. 대신 그는 그의 빈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며 외로움과 정면으로 맞서 싸운다.

덮을 겉옷(담요)을 가져오고, 어떤 책들을 가져오라는 것이다. 이왕 감옥에 갇혀 있을 참이면, 감옥을 연구소로 삼아 일하겠다는 것이다. 바울은 체질적으로 행동파였지만, 하나님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바울로 하여금 움직일 수 없는 감옥에 자주 가게 하셨다.

감옥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바울은 각 교회들을 격려하고 가르치는 편지를 썼고, 이것이 훗날 신약성경의 목회서신들이다. 

이렇게 하나님은 우리 삶의 숨겨진 보석을 끌어내기 위해 우리에게 외로운 시간들을 허락하실 때가 있다. 그러므로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시각으로 보면, 하나님은 모든 상황에서 최고를 끌어내시는 분임을 알게 된다. 

인생의 외로운 시간들을 그냥 앉아서 신세한탄만 하며 허송세월하지 말라. 이때가 아니면 읽을 수 없는 책들, 익힐 수 없는 기술들, 만날 수 없는 사람들, 들을 수 없는 설교들이 있다. 외롭다고 한숨만 쉬지 말고, 당신에게 주어진 빈 시간을 극대화해서 활용하라. 

지루한 시간은 새로운 창조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지루한 시간은 새로운 창조의 시간이 될 수 있다.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의 문제는 “바쁘다, 바쁘다” 하면서 정작 바쁘지 않은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데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1년 365일 계속해서 뭔가를 하고, 누군가를 만나며, 뭔가를 보고 있지 않으면 견디지를 못한다. 바쁜 생활에 중독되어 있는 것이다. 

《내려놓음》의 저자 이용규 선교사의 큰 아이가 몽골에서 MK 스쿨을 다닐 때 일이다. 같은 반에 노래하고 발표하기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의 오빠는 부모가 여러 사정으로 학교에 보낼 형편이 못 되어서 한동안 집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야 했다.

찬양사역자 출신 선교사였던 아버지가 기타 하나를 주었는데, 오빠가 그것을 가지고 놀면서 곡도 쓰고, 동생과 함께 불러보기도 했다. 아이들은 그렇게 자신들이 만든 노래를 유튜브에 올리면서 주목을 얻기 시작했는데, 바로 이들이 몇 년 전 <K–POP 스타>에서 우승한 악동뮤지션이다.

이들의 천재성이 드러나기 위해서는 그렇게 심심하고 무료한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아동교육 전문가들은 아이들은 심심해지면 자기들끼리 놀이를 개발하기 시작하고,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으면서 상상력과 사고력을 키워간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에게 이 무료한 시간, 심심한 시간이 생길 여유가 없다. 각종 학원교육이 너무 빠듯한 데다 남은 시간은 스마트폰을 만지며 보낸다.

부모가 조금 편하자고 아이들에게 쥐어준 스마트폰이 아이들의 미래를 좀먹는다. 아이들의 창조성과 영성이 더 깊어지려면 조금 지루하고, 조금 불편한 시간들을 하나님과 함께 잘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외로움은 우릴 마비시킨다. 그래서 우리는 능동적이고 창조적으로 비어 있는 시간을 활용해야 한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실 때, 처음 3일은 공간을 창조하셨다(하늘, 바다, 들 등). 그다음 3일은 그 공간을 채워 넣으셨다.

하늘엔 해와 달과 별을 놓으셨고, 새들을 만드셨으며, 바다에는 물고기와 해초를, 산과 들에는 짐승과 식물들과 마지막엔 인간을 만들어 채워 넣으셨다.

흑암과 혼돈이 가득한 곳에 하나님의 손길이 스치면 풍성한 채움이 있다. 우리의 시간도 그렇게 풍성한 채움이 있어야 한다.

"아멘 다음이 중요하다",  한홍 / 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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