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으로 하나님과 같이 걷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하나님과 같이 걷는 과정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서운함과 실망감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생각과 나의 생각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옳다고 생각하시는 것과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 있으며, 하나님의 계획과 나의 계획이 다를 수 있다.
이렇게 우리가 하나님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각종 어려움은 우리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또 서운함을 느끼게 한다.
일단 이런 실망감과 서운함이 틈타게 되면 하나님과 같이 걷는 것 자체가 너무도 버겁고 어렵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탄은 그 틈을 놓치지 않는다.
유럽 코스타 참석과 순회 집회 일정 가운데 가족을 동반해서 여행한 적이 있었다. 당시 일곱 살이었던 동연이는 자기 또래 아이들이 컨퍼런스 장소에 있는 수영장에 놀러 가는 것을 보고 부러워했다.
동연이는 저녁 식사 때부터 수영장에 가고 싶다고 제 엄마를 조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컨퍼런스 장소에 수영장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한 우리는 수영복을 챙겨 오지 않았고, 그곳에는 수영복을 사거나 빌릴 수 있는 곳도 없었다.
내가 집회에 참석하고 있는 동안 동연이는 엄마 앞에서 절망스럽게 울기 시작했다. 아내는 결국 팬티만이라도 입혀서 수영을 시킬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아이와 함께 일단 수영장으로 향했다.
수영장으로 가는 동안 동연이는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 저 꼭 수영하며 놀고 싶어요.”
그때 마침 탈의실에서 만난 한 한국 분이 동연이의 이야기를 듣고 딱하게 여겨 주변을 둘러보다가 한구석에 놓여 있는 아동용 수영복을 발견하고는 주워 오셨다. 입어보니 마치 제 것처럼 동연이에게 딱 맞았다.
동연이는 자기의 기도를 들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신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참을 놀고 난 뒤에 동연이와 아내는 수영복을 벗어서 주인이 찾아갈 수 있도록 수영장 한쪽에 놓고 돌아왔다.
동연이는 다음 날도 수영장에 가서 놀고 싶어 했다. 그러나 또 수영복이 문제였다. 동연이는 엄마를 졸라서 수영장에 가면서 또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했다. “하나님, 저 오늘 또 수영하고 싶어요.”
마침 일정이 비어 함께 수영장으로 향하던 나는 조르는 동연이를 보면서 안쓰러운 마음에 혹시나 하면서 먼저 달려가 탈의실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수영복은 어느 곳에도 놓여 있지 않았다.
수영복이 없다는 말에 동연이는 대뜸 제 엄마를 올려다보며 “엄마, 하나님 진짜 계신 거 맞아?”라고 묻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바로 어제 수영복을 발견하고는 “하나님이 기도를 들어주셨다!”며 좋아하던 녀석이 똑같은 입으로 하나님의 존재를 의심하는 것이 아닌가. 이 아이에게 하나님이 계신지 안 계신지 그 존재 기준은 그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는지의 여부에 있었다.
문득 깨닫게 된 것이 있었다. 동연이의 모습이 바로 우리 어른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 모습은 바로 우리의 모습이기도 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길이 열리면 감사하고 좋아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면 하나님의 존재나 하나님의 우리를 향한 관심 여부에 대해서 당장 회의하게 되는 것이다.
동연이는 그날, 수영복은 없었지만 팬티를 입은 채 수영장에 들어가 재미있게 놀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한국 아이들 외에는 수영장을 찾은 아이들이 없어서 그것이 가능했다. 하나님은 동연이가 원하는 방식대로 응답하지는 않으셨지만, 수영장에서 놀고 싶다는 동연이의 요청에 다른 방식으로 응답하신 것이다.
우리가 하나님의 응답을 받지 못하는 많은 경우에 그 이유는, 방식에 있어서 우리의 요구를 가지고 하나님의 응답 방식을 제한하려 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결코 우리의 요구로 인해 제한받으시는 분이 아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마음을 이해하면 할수록, 그분을 알면 알수록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에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들어주시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알게 되며, 더 나아가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바로 들어주시지 않는다 해도 마음 깊은 곳에서 감사와 자유함 가운데 주님의 뜻에 기꺼이 반응하게 된다.
믿음이란 상황을 살펴서 신뢰할 만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 믿는 것이 아니다. 그분을 믿기로 결정하고 난 이후에 비로소 신뢰감이 쌓여가는 것이다. 하나님은 신뢰할 만한 분이시다. 그리고 그분을 신뢰하면 할수록 더욱더 신뢰감이 쌓여가게 된다.
같이 걷기이용규 규장
이는 내 생각이 너희의 생각과 다르며 내 길은 너희의 길과 다름이니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이는 하늘이 땅보다 높음 같이 내 길은 너희의 길보다 높으며 내 생각은 너희의 생각보다 높음이니라
- 이사야 55장8절,9절
너희를 부르시는 이는 미쁘시니 그가 또한 이루시리라
- 데살로니가전서 5장24절
여호와는 선하시니 그의 인자하심이 영원하고 그의 성실하심이 대대에 이르리로다
- 시편 100장5절
하나님은 우리의 요구로 인해 제한받으시는 분이 아닙니다. 주님, 제 상황에 따라 주님을 제한하려 했던 마음들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전적인 신뢰로 주님께 아뢰고 묵묵히 기다리는 인내를 허락하여 주옵소서. 언제나 감사와 자유함 가운데 주님의 뜻에 기꺼이 반응하게 하길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