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교회사
가끔 애들 학교에 가보면 엄마나 아빠 대신 헬퍼가 아이를 데리러 오는 경우를 흔히 본다. 고대 그리스에도 아이들 등하교를 책임지는 노예가 있었다. 그리스어로 페다고그, 우리말로는 몽학선생이라 번역하는데, 주인의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아마 노예라고는 하지만 꽤 인텔리여서 아이 등하교만이 아니라 숙제도 봐주고 생활 전반에서 인성교육까지 넓게 담당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그런 그리스인들에게 예수님의 복음이 전해졌다. AD 66년 로마의 예루살렘 함락 이후 로마 전역으로 흩어진 유대인들에 의해 예수님의 복음이 전해진 것이다. 하지만 예수님을 직접 보지 못한 그리스인들이 복음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손을 잡고 이끌어줄 몽학선생이 필요했다. 바로 철학이었다.
AD 200년께 알렉산드리아의 교부 클레멘트는 철학을 그리스도를 영접하기 위한 예비단계로 보았다. 유대인이 율법을 통해 예수께로 갈 수 있었던 것처럼 그리스인에게 철학이 몽학선생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나님을 설명하기 위해 이성과 진리의 총체인 로고스를 끌어들이고, 당시 사람들의 사고방식에서 접촉점을 찾으려 노력했다. 뒤이은 후계자들도 계속해서 적절한 이론을 고안해냈고 서로 토론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살벌한 신학논쟁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러한 논쟁들을 거쳐 서서히 지금의 기독론이 정립할 수 있었다. 신학 논쟁의 계보는 곧 사람들을 예수께로 이끌기 위한 몽학선생들의 치열한 투쟁이었다.
고대관목사님의 초대교회사 강의는 교부들이 쌓아온 신학 논쟁의 역사를 우리 각 개인의 신앙 성숙의 단계와 나란히 놓고 비교해가며 진행하고 있다. 여러 단계를 거쳐 도달한 신앙 성숙의 마지막 단계는 ‘진짜 예수님을 만나라’ 이다. 예수님의 모습이 이렇다 저렇다 설명한 이론들을 배웠으나 이는 결국 예수님을 만나기위한 준비과정일 뿐이었다. 이제는 맨투맨으로 예수님을 만나야한다. 이론이 완성되지 않았던 초기 교회 사람들은 이렇다할 교리 없이도 예수님을 만나고 있었다. 성경책도 없고 삼위일체도 몰랐지만 오로지 교부들의 입을 통해 복음을 듣고 모든걸 내던져 구원을 기다렸다. 세련되지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순수했던 신앙! 그들에겐 몽학선생이 필요치 않았다.
학기말이 다가오고 있다. 숱한 박해와 영적 공격을 막아내며 신앙 공동체를 이끌어가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보면서 지금 나의 신앙은 어디에 와있는지, 혹시 잘못된 길을 걷고있는 건 아닌지 점검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다. 나역시 초대교회인과 같은 순수한 믿음을 닮아가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