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선교회] 삶의 나눔..장현진

by 장한별 posted Apr 0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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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짐과 만남*


사끼꼬다.
창이 공항 유리 벽 너머로 환하게 웃으며 사끼꼬가 걸어오고 있다.
어쩜... 14년전 모습 그대로이다.
난 그 동안 애도 둘이나 낳고 아줌마가 되었는데
사끼꼬는 어쩜 저렇게 똑같을까?
등을 꼿꼿이 편 채 걷는 모습, 하얀 피부, 웃을 때 드러나는 두 개의 덧니, 머리 스타일까지...
2002년 5월에 만났던... 24살의 사끼꼬가...
38살이 되어 손을 흔들며 걸어오고 있다.

사끼꼬는 2002년 캐나다에서 잠시 지낼 때 같은 홈스테이에서 지냈던 일본인 친구다. 홈 스테이 친구가 우리 둘 뿐이어서, 4개월 정도 같이 우정을 나누며 여행도 같이 가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덕분에 재미있고 외롭지 않게 잘 지냈었다.
우리 둘의 방이 마주보고 있어 사끼꼬는 내 방문을 자주 노크했다. 자기 고민을 많이 이야기했고 난 잘 들어주었다. 내가 문제가 있을 땐 사끼꼬가 내 얘기를 잘 들어 주며 격려해 주었다. 영어가 짧았던 우리는 전자 사전을 손에 든 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사끼꼬가 나보다 캐나다를 먼저 떠나던 날 얼마나 슬프던지....공항에서 펑펑 울며 헤어졌는데...
그 땐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사끼꼬가 나를 만나러 싱가폴에 왔다. 나의 젊은 시절 외국에서 우정을 나누었던...
그 것도 4개월이란 짧은 시간을...
그런 일본인 친구를 14년 만에 만나다니...
사끼꼬를 안는 순간 눈물이 왈칵났다.
나를 보러 비싼 비행기표를 지불하고 와 준 그녀가 넘 고맙고 반가웠다. 14년의 세월이 지났는데...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어제 만난 느낌이었다.
그 동안 이메일과 편지로 연락을 꾸준히 주고 받아서 그런가보다. 사끼꼬의 노력이 컸다.
난 꾸준히 연락을 잘 하지 못하고, 먼저 연락하는 편도 아니다.
사끼꼬는 내가 답장이 늦을 때도 답장을 안 할 때도
꾸준히 연락을 해주었다. 참 고맙다.

싱가폴에 있다보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 만큼 많은 헤어짐을 경험한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헤어짐....
얼굴만 알고 지내던 콘도 엄마가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서운한 마음이 드는데...
동역자로 믿음 안에서 마음을 나누며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친구가 떠날때는 정말 아프고 슬프다.
몇 달 전에도 단짝으로 지내던 언니가 캐나다로 떠났다.

너무나 친했던 언니를 떠나보내며 이제는 이 만큼 친한 사람을 만들지 말아야지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도 또 떠나야 할텐데 이런 감정을 몇 년에 한 번씩 계속 겪고 싶지가 않다. 조용히 알던 사람만 알고 지내야지...

그런데... 지금...
화요 모임, 기타 동호회, 유아부의 새로운 선생님들..
또 다른 공동체로 인도 되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마음을 나누며 서로 힘을 주고 받으며 서 가고 있다.
캐나다에서 지내는 언니도 자신의 주변에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고 말한다.

믿음 안에 거하고 교회 안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며 한 가지 드는 생각은...
아프고 슬프지만... 우린 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헤어져 서로 서 있는 그 곳에서 하나님께 받은 사랑과 은혜를, 믿음의 지체들에게 받은 선한 영향과 축복을 또 다른 사람들에게 흘려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고난 주간을 보내며...
예수님과 헤어진 제자들이 떠오른다.
제자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는데..
예수님이 고난을 받으며 십자가에서 돌아가실때, 그들이 느낀 감정과 마음은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그러다가 예수님의 부활하심으로...
그들은 예수님과 다시 만난다.
예수님은 하늘로 올라가시고 다시 헤어지지만, 성령을 받은 제자들은 이제 더 이상 슬프지 않다. 기쁨과 감사함으로 예수님의 증인이 된다.
그들이 이 땅에서의 사역을 마친 후 하늘에서 예수님을 만났을때... 어떤 재회를 했을까?
이 곳에서 헤어진 믿음의 동역자들을 다시 만날 때 우린 어떤 모습으로 재회를 할까?
이 땅의 삶을 다한 후 하늘에서 예수님을 만날 때 난 어떤 모습으로 그 분 앞에 서 있을까?

헤어짐은 참으로 힘들고 아프지만...
어찌보면 날 성장시키고 삶의 영역, 믿음의 영역을 넓혀주는 도구인지도 모른다.

사끼꼬와 5박 6일을 함께 지내며 변하지 않은 외모만큼 그녀의 성격도 20대 때 그대로여서 재미있었다.
여전히 순수하고 예의 바르고 겁 많고 엘레강스를 외치는 사끼꼬가 귀엽기도 하고 때 묻지 않은 모습에 좋기도 했다.

공항에 그녀를 바래다주며 또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 사끼꼬는 텀 방학을 맞아 애들이랑 티격 태격 하는 내 모습이 힘들어보였는지...
다음 번엔 엘레강스한 모습으로 만나자고 한다.
승연이가 물었다.
" 엄마! 엘레강스가 뭐야?"

나도..
될까 모르겠지만...
엘레강스를 약속하며...
촉촉한 눈으로....
환하게...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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