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섬김의교회

게시판
조회 수 5399 추천 수 0 댓글 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조용한 저녁식탁.

무심한듯 남편이 말합니다.

아버지도 차암

그때 내가 중3이었는데

어쩌자고 어머니가 아니고 나를 데려가셨을까...

 

폐암 확진판정이 기다리는 병원에 아버지를 모시고 갔던일을 말합니다.

엉터리야 그놈들, 날더러 암이래. 암이랜다.

그리고 아무말 없이 집으로 돌아갔다는 겁니다.

 

몇번인가 이얘기를 들었는데 남편의 말은 항상 여기에서 멈춤니다.

그 때 열일곱이던 소년이 ,

그 때 쉰셋이던 아버지 나이를 넘어선 지금

남편은 아들도 되었다가 아버지도 되었다가 하는가봅니다, 그렇겠지요

 

남편이 아들과 아버지를 무한 반복하는 동안

나는 창밖을 보며 설겆이를 합니다.

설겆이를 하며 마음이 어느새 어머니께 가닿습니다.

 

아이 다섯을 둔 마흔여섯의 여인.

중병을 직감하며 의사를 만나러간 남편을 기다리는 여자,어머니.

그시간을 어떻게 치루었을까 싶습니다.

 

외마디로 주여!하다가

부산하게 걸레질을 하다가

앉았다가, 엎드렸다가...

그때의 어머니를 어림짐작하다가 그럴듯한 그림이 보입니다.

쌀을 불려 죽을 쑤지 않았을까요?

석유 곤로를 약하게 올려

천천히 국물하나도 넘치지 않게 젓고 저으면 

희던 쌀 알이 투명해지고, 마침내...보드라운 죽이 준비됩니다.

 

돌아온 부자 앞에

말대신

조그마한 상이 놓이고

흰죽한그릇, 양념종지,무언가 초록나물 한가지, 그리고 조금작게 썰어놓은 김치가

아마 있었을 것 같습니다.

 

죽을 쑤는 손길이, 나물을 삶아 데치는 안타까움이 모두

아버지 하나님에겐 간절한 기도로 들리지 않았을까요.

남편에게 사랑과 위로의 말로 전달되지 않았을까요.

 

어머니와 아내 자리에 있는 오늘의 나도 

매일매일 기도같은 밥상을 차리는 이가 되고 싶습니다.

 

  • ?
    세찌맘 2014.02.04 19:16
    어쩐지 깊은 집사님의 다짐 같은게 느껴지는 글입니다.
  • ?
    홍성은 2014.02.04 19:45
    인용 집사님,

    기도 같은 밥상, 기도 같은 다림질, 기도 같은 청소... 저도 집사님처럼 그런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기도와 같은 삶을 살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 ?
    유쾌한나~* 2014.02.04 20:19
    꼭 굳게 다짐하고 시간과 장소가 있어야 하는게 아니고 버스를 타고 가다가도 문득 창밖을 보다가도 할 수 있는게 기도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인용 집사님 글 처럼 쉬지 말고 기도 하기를 노력해야 겠다 생각 하게 되는 밤 입니다.. 나눔 넘 감사 합니다.
  • ?
    ssghappy 2014.02.06 19:01

    이인용집사님,
    잔잔히 전해지는 집사님의 글을 읽다보니
    저도 매일매일 기도같은 밥상을 차리는 이가 되고 싶습니다.

  • ?
    크리스탈 2014.02.14 07:46
    이인용 집사님!! 코 끝이 찡 하네요. 가슴은 터질 것 같이 불안하고 슬픈 데 어머니는 그리고 아내는 조용히 밥상을 차리시네요... 오늘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밥상을 차려보렵니다. 항상 그 자리에 건강하게 잘 서게셔요, 집사님.. 우리가 기대고 싶어요.
  • ?
    김민선 2014.02.15 10:56
    넘 아름다운 글이네요. 한편의 시 같아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44 저 고등부 이 찬영 엄마예요 1 kbs0691 2013.12.23 4980
1243 유치부 성탄 인형극 2 nasum 2013.12.27 4496
1242 12월 29일 설교 후 찬양 "Just Let Me Say(주를 향한 ... 1 nasum 2013.12.28 4965
1241 송구특별 새벽기도회 설교링크 1 nasum 2013.12.30 4113
1240 나눔과섬김의교회 여러분 모두들 주님의 은혜가 가득한... file nasum 2014.01.01 3988
1239 틴즈(중등부) 교사를 모집합니다. 한동훈 2014.01.03 4539
1238 OMTC 훈련생 모집 한동훈 2014.01.03 4773
1237 감사하면서... 1 오선명 2014.01.10 3976
1236 2014년도 8기 OMTC (평신도 선교사 훈련) 안내 동영상 nasum 2014.01.16 4088
1235 2014년도 상반기 훈련모집 안내 nasum 2014.01.22 3397
1234 [펌글] 크리스찬의 비상 연락망 nasum 2014.01.22 3255
1233 [여선교회] 삶의 나눔 첫번째(최숙경 집사 글) 5 세찌맘 2014.01.25 5729
1232 [여선교회]삶의 나눔 두번째(염영애 집사) 5 세찌맘 2014.01.28 4465
1231 남선교회 Tennis 대회 안내 (16 Feb 2014 ~ ) file nasum 2014.01.29 3478
1230 새해 결심! file nasum 2014.01.30 3414
1229 태국 나섬센터에서 보내 온 성탄 및 새해 인사 file nasum 2014.02.02 4042
1228 [여선교회:동호회] 2014 상반기 동호회 시작한날 6 file 세찌맘 2014.02.04 6027
» [여선교회]삶의 나눔 세번째(이인용 집사) 6 세찌맘 2014.02.04 5399
1226 [여선교회:동호회] 아크릴 동호회 1 file 세찌맘 2014.02.04 5914
1225 [여선교회:동호회] 천연비누 동호회 1 file 세찌맘 2014.02.04 5927
Board Pagination Prev 1 ...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 ... 118 Next
/ 118

교제

KPC(SINGAPORE) LTD. 12 Shelford Road Singapore 288370 Tel 65-6467-4476  /  Fax 65-6469-3175  / Mail nasumchurch@gmail.c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