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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추석 무렵, 남편이 선물 꾸러미를 들고 귀가했다.
열어보니 '한우 세트'였다. 순간 속에서 진심으로 우러나는 독백!   '어머, 이 귀한 걸 어째. 얼른 냥동실에 넣어야지.'   국거리, 로스용, 불고기용으로 각각 포장된 고기를 냉동실에 채워넣자 부자라도 된 듯 마음이 든든했다.    며칠 후 요리를 하기 위해 고기를 미리 꺼내뒀는데 시간이 지나도 단단히 얼어붙은 고기가 좀처럼 녹질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고깃덩어리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자니 꽁꽁 얼어 있는 모양이 꼭 내 마음 속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아닌가!     얼어붙은 마음!   나누지 않는 마음!   누군가 이런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면 어떨까 생각하니 너무나 부끄러워졌다.     그 자리에서 바로 반성을 하고 냉동실 고기를 모두 꺼내 이웃집에 돌렸다.     혼자 사시는 옆집 할머니, 알층 외국인 근로자 가정, 투병 중이신 이웃집 아주머니, 딸아이의 친구 집까지 ...     그렇게 나주고 돌아와 이제 부턴 나중에 먹을 심산으로 음식을 냉동실에 보관하지 않으리라는 내나름의 살림 원칙을 세웠다.     맛있을때 , 신선하고 부드러울 때 나눠 먹겠다는 살림의 원칙!      그것이 나도 살고 이웃도 살고 더불어 살아가는 진정한 '살림' 이라 생각됐다.     이번 설에도 한우를 선물 받았다.     작년 추석이 생각나 포장을 뜯자마자 얼지 않은 신선한 고기를 이웃들에게 돌렸다.     모두들 고마워하셨다.     귀한 것을 나누니 오히려 내 마음이 더 좋았다.     냉동실에 채워 둔 든든함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든든한 기쁨이 일었다.     그러고서 며칠이나 지났을까.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딸이 보내온 문자를 받았다.     "엄마, 6호 할머니가 딸기를 한 팩 사주셨어. 그리고 또 누가 귤이랑 한라봉을 보내 주셨어.   우리는 왜 이렇게 항상 차고 넘치는 걸까?   이건 바로 더 나누라는 뜻이겠지?"     나눌수록 풍성해지는 아름다운 비밀을 열 살 난 아이가 경험을 통해 배워가는 걸 보니 속에서 감사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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