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탄톡생 병원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by 안효정 posted Jul 2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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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이웃 사마리아인....

지난 6월 한국에 3주간 다녀온 뒤로 최근까지 내 마음 속 화두이다.

그동안 멀리 떨어져 있다는 핑계로 한국에 있는 양가 가족들에게 조차 어느 면에서 너무 무관심해진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가족들에게 조차도 선한 이웃으로 함께 해 주지 못했던 것이 참 미안했다.

그런 생각들의 연장 선상에서....

싱가폴로 오자 이전에 신청했던 탄톡생 병원 자원봉사가 시작되었다.
9기 여자제자반 집사님들과 함께 하는 일이라 선뜻, 기쁘게 나섰다.
그러나 우리가 봉사하는 대상은 에이즈 보균자(양성반응은 나타났으나 아직 발병하지 않은 상태)들과 관계되는 일이다.
그 분들이 사회생활을 할 수 없어서 함께 모여 수공예품을 만들고, 그것을 위탁 판매하여 최저생계비를 버는 것을 돕는 것이다.
탄톡생 병원에서는 센터를 만들어 그 분들이 모여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주고, 일거리도 주고, 수공예 기술들을 지도하는 역할을 하였다.
우리는 그 곳에서 만든 물건을 병원에서 파는 일을 하여 그 분들에게 수익을 얻게 돕는 일을 한다.

난 처음엔 내 안에 편견이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
에이즈가 쉽게 전염되는 병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첫 날, 오리엔테이션을 받으러 센터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 집사님들과 함께 갔다.
그런데 막상 센터 앞에 서니 들어간다는 것이 순간 어색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일하고 계시는 사람들을 보니 내 안에 숨겨져 있던 편견과 염려가 슬슬 올라왔다.
그 분들이 만든 물건을 만지는 것도 왠지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난 그런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써 태연한 척 했고, 안내를 받은 후  병원으로 가서 판매일을 했다.

그런데 일을 다 끝내고 난 후 다시 센터로 가서 이번엔 점심을 대접하겠다고 했다.(참고로 우리를 안내해 주는 코디네이터는 정상적인 여성이다.) 게다가 그 분들이 직접 점심을 해서 먹는데 그것을 대접하고 싶다고 했다. 순간 애써 태연한 척 숨기고 있던 마음 속의 편견과 두려움이 실체를 드러냈다. 점심을 어떻게 해서든 먹지 않고 나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분들의 마음을 생각하니 단번에 거절할 수가 없었다. 다른 집사님들은 어떠셨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누구도 강하게 yes, no를 하지 못하는 상황 가운데서 나는 순간 갈등 속에 휩싸여 있었다.

그 때, 선한 사마리아인이 다시 생각났다.
세상 사람들 누구라도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고, 그 사람들이 모두 마음에 거리끼는대로 행동해서 소외되는 분들이라면 지금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주님은 어떻게 하는 걸 기뻐하실까?
아마 집사님들도 모두 비슷한 생각이셨을 것이다.
왠지 첫째날 점심은 그 분들이 보는 앞에서 먹어 드려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물건만 팔아드리고, 시간만 채우고 왔다갔다하는 봉사자가 아닌 진정성을 가진, 진심으로 하길 원하는 봉사자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그 분들은 우리를 배려해서 모든 용기를 일회용으로 준비해 주셨고, 우리는 우리끼리 따로 먹게 셋팅을 해 주셨다.)
물론 항상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지해서도 안된다.
그러나 지나치게 염려하고, 무조건 피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마음이 어떠한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를 돕는 것도 나의 만족으로, 내 고상한 무언가를 채우기 위한 것으로 전락될 수 있기에 진정으로 내가 돕는 그 분들에 대한 마음이 어떠한가?를 항상 살펴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우리의 첫번째 봉사활동은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내 안에는 나와 주님만이 아는 기쁨이 있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방학 중인 재호를 통해 다시 한 번 또 내 안의 편견 깨는 연습을 시키시는 주님의 손길을 느꼈다.
내가 어디에 다녀왔는지, 무엇을 하고 왔는지 재호에게 이야기 해주자 아이가 걱정스럽게 내게 물었다.
"엄마, 엄마가 그 사람들하고 만나다가 엄마가 에이즈 걸리면 어떻게 해요? 그러면 싫어요."
그 때 나는 이전보다 조금은 더 자신있게 엄마는 안전할거라고 이야기 해 주었다. 그리고 그 병은 그렇게 쉽게 옮는 병이 아니라고....
그리고 누군가는 그 분들을 돕는 이웃이 되어줘야 한다고....
그러면서 내 마음 속에 에스더의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가 떠올랐다.  별 것 아닌 것에 너무 오버스러운 생각까지 하는 나를 보면서 또 한 번 나와 주님만이 아는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얼마 전 우리는 두번째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이젠 그 센터에 갈 필요가 거의 없다. 우리는 그저 병원에 가서 봉사하고 오면 된다. 그러나 첫날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난 그저 나를 위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 일 아닌 것에 호들갑스럽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게는 아주 중요한 사건이었고, 아직도 내 안엔 편견과 염려가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봉사활동을 계속 하면 할수록 우리는 더욱 주 안에서 성숙할 것이고, 그만큼 선한 이웃이 되어 갈 것을 믿는다.

끝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집사님들의 모습을 본다면 하나 하나 모두들 반짝 반짝 빛이 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면 세상의 빛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ㅎㅎ
더 많은 지체가 함께 봉사하면 좋을 것 같다는 작은 소망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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