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8.27 07:14 / 수정 : 2009.08.27 07:19
석유공사 이재택 시추사무소장
"넓은 바다 어딘가에 우리가 몰랐던 자원이 묻혀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보물 찾는 기분이죠."
한국석유공사의 이재택(52) 시추(試錐)사무소장은 25년 동안 전 세계 망망대해에서 석유와 가스를 시추해온 이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다. 동해 가스전을 비롯해 그가 시추한 곳만 세계 100여곳에 이른다.
1979년 군산수산대를 졸업한 이 소장은 원래 참치잡이 원양어선을 탔다. 그가 84년 석유공사에 입사한 것은 그해 운항을 시작한 우리나라 첫 석유시추선 '두성호' 때문이다.
▲ 이재택 한국석유공사 시추사무소장이 석유시추선 두성호에서 시추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25년 경력의 이 소장은 그 중 22년을 두성호 선상에서 근무했다./한국석유공사 제공
"두성호라는 이름도 대통령 부인이 직접 지을 정도로 국가적 관심이 컸죠. 석유 개발의 선구자가 되겠다는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이 소장은 그때부터 22년 동안 두성호에서만 일했다. 94년부터 2006년까지는 시추선 최고 책임자인 툴푸셔(tool pusher)도 지냈다. 한국인 툴푸셔는 그를 포함해 지금까지 3명뿐이다.
하지만 그는 일용잡부로 일을 배웠다. 미국인 책임자 아래에서 청소하고 페인트칠하는 일부터 시작해 10년 만에 툴푸셔가 됐다. 시추선 내 생활은 고됐다. 취미 생활이라곤 독서나 둘레 80m짜리인 헬기장을 달리는 게 전부였다. 술은 일절 반입 금지다.
"시추선에서는 하루 12시간씩 4주 일하고 4주는 휴가를 줍니다. 공휴일이 없죠. 2주 일하고 4주 쉬는 유럽에 비해 작업 강도가 훨씬 높아요."
2007년 시추선에서 내린 뒤에도 이 소장은 육상에서 두성호의 인력, 장비, 작업을 총괄하고 있다. 그의 사무실은 두성호가 작업하는 러시아 사할린 앞바다에서 배로 하루 거리에 있다. 10개국에서 온 160명의 두성호 기술자 관리도 그의 몫이다.
"시추선에서는 작은 실수도 큰 사고로 이어집니다. 육지에서도 긴장을 풀 수가 없죠."
육지에서 일한 지난 2년 5개월 동안 한번도 휴가를 못 썼다고 했다.
그의 꿈은 한국이 지분을 가진 해외 광구를 개발하는 일이다. 두성호는 국내 대륙붕 탐사도 했지만 주로 쉘, 가즈프롬 같은 해외 대형 석유회사와 계약을 맺고 시추를 대행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하루 25만달러의 용선료를 벌어들이고, 시추기술도 쌓았지만 개발한 석유나 가스는 외국 회사의 몫이었다.
이 소장은 "우리가 지분을 가진 해외 광권을 시추해 한국의 에너지 자급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며 "자원 자급을 위해선 두성호 외에 추가로 시추선을 확보하는 등 자원 개발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큰 감동을 받았었죠. 사할린에서도 늘 주님과 동행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