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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하루 하루의 삶에 경건의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던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때로 구독했던 “생명의 말씀” 책은 직장 일과 일상, 그리고 내 게으름에 함몰되어 매번 깨끗한 채로 버려졌습니다.


2012 제자반 훈련의 권유를 받고 훈련기간 만이라도 그나마 성경도 가까이 하여 읽고 QT 를 할 수 있다는 과거의 경험(?) 상의 참 단순하고 약은 생각으로 제자반에 참가했습니다. 사실 그런 생각으로 성숙반을 성공적(?)으로 마치기도 했습니다.


제자반 훈련을 마치게 되면 수료식 때 모든 교인들 앞에 나와서 “제자훈련을 위한 64 구절의 성경암송”을 하게 된다는 것을 보아서 이미 알고 있었으므로 이것도 스스로에게 큰 도전이었고, 작지 않은 중압감 이었습니다.


우리 제자반은 10분 중 3분의 젊은 자매님들이 계십니다. 3분 모두 직장을 가지고 계셔서 주일반에 오시어 혼성반이 되었습니다. 어디에나 장단점은 있을 것이나, 형제님들만 함께 훈련할 때처럼 혼성반에서는 서로 모든 걸 드러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제약을 누가 말씀하시는 걸 들었습니다만, 전 솔직히 누가 내게 다 드러내지는 것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있어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자들은 화술에서 ‘거시기, 뭐시냐’로 이해를 해야 하는 불명확함, 때로 피곤한 단정적인 주관이 늘 있습니다만, 역시 파워 커리어우먼답게 세분 자매님들의 섬세하고도 명료한 표현, 과장이 없는 믿음의 고백, 총명한 답변에 은혜를 받습니다.


첫 날 오리엔테이션 시간 중 앞으로 있을 만만치 않은 과제며, 과정의 진지함, 목사님의 뜨거운 기도를 받으며 이전의 중압감은 “이번엔 진짜 같다” “하나님의 내게 향한 계획은 아닐까?” 하는 능동적 생각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1과를 준비하면서 먼저 내 삶 가운데 하나님과 만나는 시간을 정했습니다. 예수님은 아침 한적한 곳에 나가서 경건의 시간을 가지셨는데, 이 때와 이 한적한 곳은 하나님과의 교제가 세상 일들로 방해 받지 않고 즐겁고 기쁜 시간이었다는 목사님 말씀에 내 생각, 마음의 한 켠이 밝아졌습니다. 우선 물리적인 시간과 장소를 택했습니다. 아침 기상시간을 1시간 당기고 내 책상 앞에서 이 시간을 하나님과 교제하며 즐거움과 기쁨을 얻는 시공간을 만들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난 해 성숙반을 통해 신약통독을 하면서 말씀에 재미가 생겼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성경을 볼 수 있으니 차 안이나 기다리는 시간 등 장소의 제약이 없어진 것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당시 인도하셨던 박근식목사님은 제가 제자반에 작정도 하기 전인데도 제자반 시작까지는 모세오경까지 읽으면 좋겠다고 권면하셨는데…정말 모세오경을 다 읽을 즈음 제자반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자반을 새로 시작하면서 다시 교재에 나온 순서대로 구약과 신약을 오가는 통독을 시작했는데, 이번엔 이전에 그냥 지나갔던 부분들이 때로 새롭게 다가와 위로와 즐거움을 얻습니다. 하루는 이삭이 마침내 거부가 되었다는 말씀에 눈길이 갔습니다. 에서와 야곱은 그러니까 거부의 아들들이 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축복에 민감하고 이를 갈망했던 야곱과 그러지 못했던 에서의 인생은 갈라집니다. 실제 이 땅에서의 삶은 거부 아버지 이삭 곁에 있었던 에서가 순탄한 삶을 살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야곱의 삶은 라반 밑에서 20년 품꾼의 삶과 중년이 된 나이에 하나님의 사자와 씨름하다가 불구가 되고, 말년에는 흉년으로 요셉이 있는 애굽에서 이민생활, 결국 객지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파란만장한 삶이었던 것 같습니다. 반면 에서는 야곱이 라만에게서 고향으로 돌아 올 때까지도 계속 순탄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후손들에 대한 축복은 다른 것 같습니다. 야곱과 그의 아들들은 성경의 계보를 잇습니다. 그러나 에서의 후손들은 특히 아말렉 후손은 출애굽 때부터 다윗 시대에 이를 때까지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통해 진멸하는 대상이 됩니다. 하나님의 축복을 갈망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3주차 마태복음을 시작하면서 이전엔 사람들 이름이 읽기도 싫어 그냥 넘어갔던 1장의 예수님 계보에 또 은혜를 받습니다. 예수님은 성령으로 마리아에게 잉태되셨지만 육신의 가계는 아브라함으로부터 시작하는, 이스라엘의 역사를 통해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선택한 백성인 이스라엘의 역사는 노블하거나 하나님과 동행하기만 한 가계가 아닌 것을 깨닫습니다. 며느리의 몸을 빌어 태어나기도 하고 또 딸의 몸을 빌어, 기생과 남의 아내의 몸을 빌어 이스라엘의 족보는 이어집니다. 죄악과 오욕의 역사이기도 하였습니다. 예수그리스도께서는 이 죄악과 오욕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으셨음을 새로이 깨닫습니다.


아침 시간 “여호와의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이것들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하심이 크시도소이다” 읊조립니다. 어제 아침의 인자와 긍휼은 어제의 것이었습니다. 오늘 아침엔 전혀 새로운 인자와 긍휼하심을 보여주심을 깨닫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땅을 나와 광야에서 그날 그날 새로이 받았던 ‘만나’의 비밀도 바로 이것이 아닌가 합니다. 왜 매일 매일 경건의 시간이 필요한가를 깨닫습니다.


나이를 핑계로 요절암기는 이제 불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성숙반 때에도 인도해 주시던 박근식목사님께서 그렇게도 시험에 재시험까지 동원하시며 강조하셨지만 토요일까지 미루다 외워보려고 시작을 하니 도대체가 토씨까지 맞추어서는 입에 붙지가 않았습니다. 매일 매일 조금씩 체화하지 않으니 안되었던 것이었습니다. 매일 매일 틈나는 대로 읊조리니 성구암기가 가능해 졌습니다.


이제 하나님은 매일 아침 경건의 시간을 새로운 선물로 주십니다. 제가 저를 보건 대 이것은 제게 있어 이제까지와 다른 분명한 변화입니다. 이 즐거움을 이제야 주셨는가 생각합니다. 원인은 내게 있었습니다. 입으로는 내가 크리스챤이라고 하면서 내가 먼저 하나님께 다가가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제자반의 구호는 “훈련 중에는 아프지도 말고, 죽지도 말자” 입니다. 하나님의 은혜 말고 세상에 공짜가 별로 없듯이 이 즐거움에도 공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매일 기도로 후원해 주시는 윤윤하장로님, 김주환집사님 감사 드립니다. 행여 제가 지치거나 낙심하지 않도록 계속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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