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지기" 가정교회 가원인 황우승 집사님의 기사가 중앙선데이 (중앙일보 자매지)에 실렸습니다. 가장님의 말씀대로 열심히 퍼다나르는 가원..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속도에 모든 게 달렸다. 시간을 끌면 해운·조선업 전체가 다 죽을 수 있다.”
-해운업 상황이 얼마나 어렵나.
“해운 경기를 알려주는 대표적 운임지수인 발틱운임지수(BDI)가 지난해 5월 1만1000 선에서 최근 1500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연말 700~800 선보다는 좋아졌다지만 여전히 앞날이 불투명하다. 1년 전 1억 달러이던 17만t급 벌크선 값이 지금은 3000만 달러다. 하루 14만 달러였던 용선료도 1만8000달러가 됐다. 7만4000t급 벌크선 값은 3000만 달러에서 400만 달러로, 용선료는 6만 달러에서 1만1000달러로 하락했다.”
-아예 운항을 포기한 배도 급증한다고 하던데.
“부산 영도나 거제도 장승포 앞바다를 가 보라. 수십 척의 배가 항구 밖에 줄지어 떠 있다. 일감이 없고 항구 이용료조차 낼 돈이 없는 회사들의 배다. 멀쩡한 컨테이너선과 자동차 운반선들까지 섞여 있다. 프랑스 해운컨설팅 회사인 AXS-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이런 컨테이너선이 지난해 10월 70척 정도에서 최근 484척으로 늘었다. 전 세계 컨테이너선 수송 용량의 12%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도 20%가량 멈춰서 있다. 하지만 용선료와 유지비는 그대로 들어간다. 구조조정을 미루면 나라 전체
적으로 하루 수천만 달러가 날아간다.”
-해운사를 힘들게 하는 것이 물동량 감소뿐인가.
“복잡한 임대 구조가 문제를 더 꼬이게 한다. 100% 자기 배로 화물을 실어 나르는 선사는 없다. 최소한의 배만 갖고 나머지는 일정 기간 배를 빌려 영업하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 4~5년간 해운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빌린 배를 다른 회사에 또 빌려 주는 경우가 급증했다. 소유 회사와 실제 배를 쓰는 회사 사이에 많게는 서너 개 회사가 개입돼 있기도 한다. 경기 침체로 이 중 한 회사라도 문제가 생기면 관련 회사가 모두 망가진다. 멀쩡한 회사들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용선료를 서로 안 주고 안 받으며 버티는 경우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6일 국내 15위 선우상선이 한 투자회사에 매각됐다. 배 7척을 빌려 간 파크로드란 회사가 지난해 말 파산을 선언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선우상선도 다른 회사들과의 용선 계약 등으로 1000억원가량의 부채를 안고 있어 연쇄 파장이 우려된다.
-조선업도 같이 타격을 받게 되는 것 아닌가.
“당연하다. 이스라엘 국적의 세계 18위 컨테이너사가 지난달 말 대만 조선소에 발주했던 배 6척을 취소했다. 세계 5위 컨테이너사인 프랑스 CMA-CGM은 올해 인도받거나 빌리기로 계약한 배의 일부를 취소 또는 연기하겠다고 올 1월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국내 중소 조선사들도 이런 압박을 받고 있다. 대형 조선사는 아직 취소 요구는 아니지만 선종을 바꾸거나 대금 납입을 미뤄 달라는 요청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알기에 구조조정에 나선 게 아닌가.
“사정이 있겠지만 걸음이 너무 늦다. 선박펀드는 지난달 말 발표한다고 해 놓고 보름째 무소식이다. 채권단의 옥석 가리기도 지난해부터 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진행된 건 없다. 이미 망한 회사에 도장 찍는 역할만 했을 뿐이다. 살릴 회사와 그러지 않을 회사를 과감히 선택해 신속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살아날 회사에 화주들이 안심하고 화물을 맡긴다. 조선사들도 경쟁력 없는 중소 후발사들의 생존 가능성을 냉정히 따져야 한다.”
“형식보다 실제 운영 방식이 중요하다. 은행들이 담보로 잡은 배를 현물출자한다고 하는데 배 값을 객관적으로 매길지, 그럴 능력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배는 수퍼에서 파는 음료수가 아니다. 거래가 적고 가격도 들쭉날쭉하다. 정확한 시장 가치를 산정하기 어렵다. 은행과 해운사는 배 값을 높게 받는 게 유리하고, 정부 대신 출자하는 자산관리공사는 낮게 산정해야 국민 부담이 줄어든다. 공정한 절차와 가격 산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가치가 떨어진 배를 국내에서 비싸게 사고판다고 국부가 지켜지는 건 아니다.”
-더 나은 대안이 있나.
“정부와 은행이 주도하지 않는 민간 선박펀드를 활성화해야 한다. 정부와 은행들이 수조원 규모의 재원으로 선박펀드를 만들고 있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5년 전 80개에 불과하던 해운사들이 현재 177개로 급증한 상태다. 이들이 갖고 있는 배의 규모도 엄청나다. 추가 재원이 필요한데 이를 민간 차원에서 해결하자는 거다. 그래야 정부의 재정 부담을 덜 수 있고 시장을 통해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 부메랑 효과를 막는 효과도 있다. 국내에서 소화가 안 되면 헐값에 외국에 넘어가는데 이 배가 값싼 운임으로 국내 선사들을 괴롭힐 수 있다.”
민간 선박펀드는 2002년 이후 97개 펀드가 만들어져 100척의 배를 건조했다. 2007년과 2008년엔 연간 투자액이 1조원을 넘겼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선박펀드 제도가 있는 유일한 국가다.
-경기가 계속 안 좋으면 은행과 투자자 모두 손해를 보지 않을까.
“내년 말부터 물동량이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각국 정부가 엄청난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늘면 일자리와 물동량에 즉각 영향을 준다. 벌크선으로 운반한 철광석이 대여섯 달 뒤 철강제품으로 컨테이너선에 실린다. 다시 4~5개월이 지나면 국내총생산(GDP)에 반영된다. 이렇게 보면 앞으로 1년이 좋은 배를 값싸게 살 수 있는 기회다. 선박펀드 등을 통해 돈을 모으고 관련 전문가를 모아 국가 차원의 투자 전략을 준비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경기가 회복돼도 조선소에서 짓고 있는 배가 너무 많아 해운 시황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있다.
“호황기에 주문했던 배들이 앞으로 3년간 조선소 도크에서 엄청나게 쏟아져 나온다. 벌크선은 기존 선복량의 70%, 컨테이너와 유조선은 각각 47%와 40%다. 하지만 이 중 상당수가 취소되거나 납기가 연기될 것이다. 낡은 배를 해체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순수하게 늘어나는 비율은 20% 이내일 것이다. 좋은 배를 싸게 확보해 두면 충분히 경쟁이 가능한 수준이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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