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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원재일 집사님 글을 읽고 반성하던 중 오늘자 조선일보에서 좋은 기사가 나서 올려봅니다.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가장 쉬운 제재, 체벌을 통해 자녀를 이끌어야 할 때도 있지만, 아래와 같은 재판장의 판결과 행동처럼 지혜롭게 행동해야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특히나 한국사회가 잘못하나 하면 마녀사냥하는 문화가 팽배한데 아래 기사는 훈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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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상위권 유지하던 A양, 집단폭행 당한 뒤 후유증에 절도 저지르는 등 엇나가
"스스로 자존감 찾게 해야…" 법원, 이례적 불처분 결정… 참여관·실무관까지 '눈물'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렴."

지난달 초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소년법정. 서울 도심에서 친구들과 함께 오토바이 등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피고인석에 앉은 A양(16)에게 서울가정법원 김귀옥(47) 부장판사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거운 보호 처분을 예상하고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있던 A양이 쭈뼛쭈뼛 일어나자 김 부장판사가 다시 말했다. "자, 날 따라서 힘차게 외쳐 봐. 나는 세상에서 가장 멋지게 생겼다."

예상치 못한 재판장의 요구에 잠시 머뭇거리던 A양이 나직하게 "나는 세상에서…"라며 입을 뗐다.

김 부장판사는 "내 말을 크게 따라 하라"고 했다.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나는 이 세상에 두려울 게 없다.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

큰 목소리로 따라 하던 A양은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고 외칠 때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 이동운 기자 dulana@chosun.com법정에 있던 A양 어머니도 함께 울었고, 재판 진행을 돕던 참여관·실무관·법정 경위의 눈시울도 빨개졌다.

A양은 작년 가을부터 14건의 절도·폭행을 저질러 이미 한 차례 소년 법정에 섰던 전력이 있었다.

법대로 한다면 '소년보호시설 감호위탁' 같은 무거운 보호 처분을 받을 수 있는 상황. 그러나 김 부장판사는 이날 A양에게 아무 처분도 내리지 않는 불(不)처분 결정을 내렸다. 그가 내린 처분은 '법정에서 일어나 외치기'뿐이었다.

그가 이런 결정을 내린 건 A양이 범행에 빠져든 사정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반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던 A양은 간호사를 꿈꾸던 발랄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작년 초 남학생 여러명에게 끌려가 집단폭행을 당하면서 삶이 바뀌었다. A양은 당시 후유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고, 충격을 받은 어머니는 신체 일부가 마비되기까지 했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A양은 학교에서 겉돌았고, 비행 청소년과 어울리면서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법정에서 말했다.

"이 아이는 가해자로 재판에 왔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삶이 망가진 것을 알면 누가 가해자라고 쉽사리 말하겠어요? 아이의 잘못이 있다면 자존감을 잃어버린 겁니다. 그러니 스스로 자존감을 찾게 하는 처분을 내려야지요."

눈시울이 붉어진 김 부장판사는 눈물범벅이 된 A양을 법대(法臺) 앞으로 불러세웠다.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중요할까. 그건 바로 너야. 그 사실만 잊지 않으면 돼. 그러면 지금처럼 힘든 일도 이겨낼 수 있을 거야."

그러고는 두 손을 쭉 뻗어 A양의 손을 꽉 잡았다. "마음 같아선 꼭 안아주고 싶은데, 우리 사이를 법대가 가로막고 있어 이 정도밖에 못 해주겠구나."

이 재판은 비공개로 열렸지만 서울가정법원 내에서 화제가 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 profile
    배유일 2010.05.17 12:31
    소녀가 눈물 터트리는 장면에서 저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 profile
    최숙경 2010.05.17 12:38
    차갑기만한 법정에 아직도 온기가 남아 있군요,,,,
    추 성운 올림
  • profile
    한성준 2010.05.17 16:46
    감동적이네요. 좋은기사 감사합니다.
  • profile
    윤 은주 2010.05.17 09:13
    저도 눈물이......ㅠㅠ
    맘 아픈 사연들이 많은 세상입니다....
  • profile
    조혜미 2010.05.17 11:38
    참 마음이 짠 하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글이네요..좋은 글 감사합니다
  • profile
    김진영 2010.05.22 16:03
    어떤 찬양 가사 중에 '내 잔이 내게 넘치 나이다'라는 구절이 떠오릅니다. 내 은혜가 내게 넘칠 때, 그 사랑이, 그 향기가 넘쳐 흘러 나겠지요...나 와 다름으로 인해 정죄하고 버거워 하던 관계들... 사실은 그들도 나도 은혜가 넘쳐 나야 하겠지요... 하나님은 우리를 신묘막측한 존재로 지으셔서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타인이란 소수에 불과하고 그것또한 오래 지속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하물며 하나님을 제대로 이해 하고 있다고 믿어 나의 잣대로 타인을 재보려 하는 것은 얼마나 기막힌 일이 되는 걸까요....
  • profile
    오선명 2010.05.22 11:37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킨.. 멋집니다.
    그 참신하고 아주 감명깊은 아이디어.. 우... 박수를 보냅니다.
    배집사님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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