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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주는 초청장 - 대치동 교회 박명순 권사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제법 굵은 빗줄기가 내리고 있습니다. 

우기가 시작되는 징후라고 합니다. 

서너달 쯤 전에 왔을 때는 먹장구름이 몰고 오는 소나기가 하루 한 번쯤 내리 꽃히거나 아니면 건너 뛰는 날도 있더니 10월 들어서서 부터는 거의 매일 한 번씩은 비가 내리는 것 같습니다. 

콘도 29층에 살고 있는 딸네 집 곳곳이 축축합니다. 

약 오르게도 친구로부터 카톡 사진을 여러 장 받았는데 지금 한국은 꽃보다 더 아름다운 단풍이 절정인 듯 합니다. 

그렇지요. 높고 푸른 가을 하늘 아래 온 몸을 태우듯이 물들어 있는 단풍은 가히 꽃보다 더 아름답다는 칭송을 받을 만 하지요.


며칠 지나면 저도 한국으로 돌아가서 단풍이 남아있는 곳에서 10월의 마지막 날을 보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기대감보다 저는 오늘 이 비내리는 날 아침에 나눔과 섬김 교회 예배당의 둥근 창이 더 그립습니다. 

워낙 오늘 같이 비오는 날을 좋아하는 까닭이 있기도 하지만 예배당 강단 뒤 둥근 창 너머로 흔들리는 나무들의 실루엣이 그대로 들어오는 곳에서 들었던 말씀 ‘내게도 보이셨느니라’에 아직 잡혀있는 까닭입니다. 


복음의 은혜가 이미 체화되어 있는 저 같은 묵은 신자에게는 해마다 교회에서 행해지는 생명축제는 눈치가 보이는 일이었지요.

누구를 데려갈까? 누구에게 사정을 할까? 죽어가는 영혼을 불쌍히 여기지 않는다는 무언의 책망을 어찌 면피할까? 제가 다니고 있는 서울 대치동 교회도 10월 20일 주일 바로 엊그제 생명축제가 열렸습니다. 

다행(?)히도 외국 출타 중이니 금년 생명축제는 위와 같은 변명에서 참 자유로웠습니다. 


그런데 나눔과 섬김 교회 지난 주 말씀 역시 이웃 초청 잔치가 주제였지요. 

어디를 간들 이 거룩한 부담을 피할 수가 없구나.. 살짝 기죽어 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말씀이 시작되기 전 주보 사이에 끼어 있는 초대장을 소개하시면서 밝히신 담임 목사님의 서론에 저는 이미 속칭 표현되는 말로 마음이 깨졌습니다. 

“VIP로 초대할 사람이 없으면 그대로 버리시겠습니까? 자신에게 드리십시오. 당신 자신을 복음의 자리에 VIP로 초대하십시오.”

그 다음의 설교 내용에 저의 쓸데없는 사족을 달지 않겠습니다. 

그 날따라 목사님의 음성이 더 흔들리셨던 것 같습니다. 

사도 바울이 ‘내게도 보이셨느니라’ 의 이 고백이 우리의, 나의 고백이어야 한다는 말씀이 선포될 때 창 너머 흔들리는 나무들이 더 많이 요동을 치는 듯 했다면 저의 오버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아주 오래 전 30년도 더 넘은 옛날, 가족끼리 사막 여행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400km나 더 되는 곳을 자동차로 가는 동안 곳곳에 나무 몇 그루 심겨져 있는 작은 그늘들이 더러 있었습니다. 

그 곳에서 우리는 용변을 해결하고 자동차를 식히고 준비해 간 음료를 마셨습니다. 

아직은 어렸던 내 딸들이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고 칭얼댈 때 운전 가이드를 맡았던 현지 아저씨가 조금만 더 가면 큰 오아시스가 있다고 그 곳에 아이스크림도 있다고 달래주었습니다. 

정말 얼만큼 더 가니 그 곳에 큰 오아시스가 있었습니다. 

종려나무 70주와 물샘 열 둘이 있는 엘림 같은 오아시스가 있었습니다. 

사막 여행길의 안식이 되었음은 물론입니다. 


칠십 넘은 삶을 살고 있는 제가 문득 돌이켜 보니 인생길, 내가 살아온 삶이 광야길 같았습니다. 

그 길에서 크고 작은 그늘이 있었고 달고 맛있는 물샘도 있었지만 먹지 못할 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작은 그늘 밑에서 그만 돌아 가자고 했던 내 아이들에게 큰 오아시스가 있다고 부추켜 세웠던 가이드의 안내처럼 나의 광야길 인생에서 만난 가장 큰 오아시스는 바로 교회! 였습니다. 

광야길 이스라엘 백성이 진을 쳤던 엘림 같은 교회에서 나는 늘 쉴 수 있었고 마른 목을 축일 수 있었으며 내 뒤를 따라 들어오는 나그네들에게 물 한 바가지를 건넬 수 있었습니다. 


그 엘림같은 교회 – 나눔과 섬김 – 교회 예배당의 둥근 유리창은 어쩌면 다른 오아시스에는 없는 아이스크림이나 아이스 커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눔과 섬김 교회 여러분들이 부럽습니다. 

여러분들이 스스로에게 드린 초대장의 기쁨이 또 다른 나그네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전합니다. 


2019. 10. 22 

대치동 교회 박명순 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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