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선교회] 삶의 나눔 스무번째(형은희 집사)

by 김인해 posted Oct 2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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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과 14년


형은희 집사


금방이라도 비가 한바탕 쏟아 부을 것 같은 화요일 아침, 어느 날과 마찬가지로 화요모임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맑거나 비가 오거나 덥거나 덜 덥거나.. 몇 년쯤 살다보니, 적도와 가까운 이곳에서도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우기가 시작되는구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할 때쯤 환한 미소로 “안녕하세요” 인사하시는 분이 있어서 나도 반갑게 인사를 했다. 처음에 내가 싱가폴에 왔을 때는 거리에서 한국분을 만나면 너무 반가운 나머지, 따라가서 인사하고 사는 곳까지 물으며 오지람 넓게 또 만나자고 했었는데, 이젠 내 모습에서 그런 모습은 볼 수 없다.

그래서 이 분의 모습이 나의 예전 모습을 떠오르게 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오신지 두 달 되었고, 지금은 성경공부를 하러 나섬교회 화요모임에 가신다며 같은 버스를 타서 혹시나 교회에 가나 싶어 인사를 하셨다고 한다.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하신 만남. 익숙한 것들과 이별하고 남편과 아이를 제외 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는 이 곳에서 힘이 들텐데... 말씀을 사모하여 아이를 데리고 교회로 향하시는 그 분의 앞날을 하나님께서 예비하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14년 전, 나는 모든 것을 다 이루었다고 생각하며 이 곳 삶을 시작했다. 그 당시만 해도 남편의 일을 따라 온 분들이 많았는데, 나는 내 일을 가지고 있었고, 두려울 것이 없는 젊음이 있었고, 나의 모든 앞날 이 내가 생각하고 계획하는 것들 아래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가정보다 더 절대적으로 생각했던 모든 것을 놓게 하셨다. 정말 모든 것들이 각본에 짜 놓은 것처럼,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는 것처럼, 14년 전 끔찍하게 싫었던 이 곳이 14년 후, 지금은 축복이 땅이 되었고, 나의 삶의 터가, 나의 믿음의 터가 되었다. 마음이 곤고하고 슬플 때, 모든 것이 좌절스러운 그 순간 내가 만난 하나님은 어릴 적에 알았던 하나님이 아니셨다. 더 이상 나의 할머니의, 어머니의 하나님이 아니라 나의 하나님이 되셨다. “은희야~ 괜찮다.. 사랑하는 내 딸 은희야~ 괜찮다” 하시며,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슬픔을 들어 주시는 사랑의 아버지였고, 내 가슴 밑바닥에 남아 있던 용서하지 못하는 미워하는 마음까지 예수님이 나를 위해 돌아가신 그 십자가 앞에서 나아갈 때 회복이 있었고, 치유가 있었다.


주일 예배 때마다, 마스카라가 번질 만큼 우는 나를 보며, 내가 못해주는 것이 뭐가 있는데 우냐며, 남들이 보면 내가 맘고생 많이 시키는 것 같이 보인다며 남편은 핀잔을 하곤 했다. 내가 가장 밑바닥일 때 만났던 그 하나님은 나에게 헌 부대를 버리고 새 부대에 담으라고 하신다. 내가 모든 것을 다 잃었다고 생 각할 때 만났던 하나님은 새 소망을 주셨고, 하나님 아버지께 붙잡히는 인생으로, 함께 하는 삶으로 이끌어 주셨다. 그것이 14년간 이 곳을 살게 한 힘이 되셨고, 축복이 되게 하셨다.


두 달 남짓 이 곳 싱가폴 생활하시는 그 자매에게도, 말씀을 사모하여 여기에 모인 우리에게도 하나님께 이끌리는 삶을 살기를, 한국의 바쁜 일상 속에 만나지 못한 그 하나님을 본토 아비 집을 떠난 이 곳 싱가 폴에서 만나기를, 그 너머에 계신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이 되기를 소망하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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