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선교회 의미

이번 여름에 딸이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자기는 어렸을 적 트라우마가 많았다고. 들어보니 대부분 주위 사람들(물론 내가 아는 사람들)로 부터 받은 것이었다. 그들은 또래 엄마 친구의 아들, 1학년 담임선생, 주일학교 부장선생, 한글학교 친구들, 비올라 선생, 중학교 수학선생 등 대부분 딸에게 엄하고 무섭게 대했던 사람들이다. 딸은 여전히 그들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들과의 쓰라린 경험들이 오히려 자신을 더 강하고 유머러스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고 딸은 담담히 말했다. 나는 한참 동안 가만히 딸의 이야기를 들었다. 마음이 아파왔다. 엄마가 일한다고 바빠서 잘 돌봐주지 못해 너가 겁이 많았고 정서적으로 약했었나보다고 딸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딸에게는 직접 말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주님의 은혜와 엄마의 사랑으로 지금의 너가 세워졌다고 속으로 이야기해주었다. 그리고나서 다시 소리내어 딸에게 말했다. 너를 힘들게 한 사람들 중에 한 명도 악의적이거나 고의로 그렇게 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이제 너도 성숙했으니 그들을 용서하고 그들에 대해 나쁜 감정을 품었던 것을 회개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었다.

첫 아이(딸) 때는 직장에서 바빠서 잘 챙겨주지 못했는데도 구김살 없이 바르게 커줘서 고맙고 대견했는데 내 생각과 달리 자기 딴에는 힘든 점도 많았던 것 같다. 첫 아이 낳고 9년 후에 둘째 아이(아들)를 출산하였다. 둘째 때는 일을 잠깐 쉴 때도 있었고 두 번째 육아라 좀 더 수월하고 여유가 생겼다. 직장을 그만두고 싱가포르에 살게 되면서 부터는 아들을 돌보는 것이 나의 가장 큰 일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아들은 계속 엄마한테서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항상 엄마가 옆에 있으니 더 많이 요구하고 의존적이다. 여행 갈 때 아들의 짐 10개 중 9개만 챙기고 일부러 1개를 남겨두어 빠지게 되면, 아들은 왜 다 챙겨오지 않았냐고 따지며 이것 또한 엄마의 잘못이라고 성을 낸다. 또한 아들은 선생님을 전혀 무서워 하지 않고 말도 잘 안 들어서 학교로부터 종종 연락을 받는다. 그래도 아들은 기세가 꺾이지 않고 거리낄 것이 없다. 하지만 아들과 달리 나는 힘들고 걱정스럽다. 아이에게 얼마만큼 해줘야 하는 것인지, 어떻게 해야 책임감 있고 바른 아이로 키우는 것인지 늘 고민하게 된다.

주님이 주신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것에 최선을 다하지만 자주 벽에 부딪힌다. 답을 찾기 어려울 때가 많다. 무엇이 맞는지 모르겠다. 분명히 답은 있을 것이다. 방치해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넘치게 해줘도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딱 적당한 선을 모르겠다. 내 아이들 성격에 적합한 사랑과 훈계, 돌봄을 어느 정도로 해야하는지 어렵게 느껴진다. 역설적이게도 이 때마다 깨닫고 깨닫는것이 ‘주님의 은혜’이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아이들을 바르게 키울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기도한다. 

이제 곧 아이들은 방학이 끝나고 매일 학교에 갈 것이다. 

그래서 난 좋다. 아이들 돌보는 일, 내가 좀 잘하지 못하는 일들이 하루 일과 중에서 확 줄어든다. 

그리고 다짐한다. 주님이 맡기신 여선교회 하반기 사역들을 열심히 하고 싶다.

또한 기쁘다. 여선교회 임원들과 화요모임에 나오는 자매들을 만나서 삶을 나누고 시시콜콜한 이야기일지라도 손뼉치며 웃고 눈물을 글성일 것이다. 그냥 옆에 앉아 있기만 해도 서로에게 위로가 될 것이다. 

그리고 감사하다. 가족 이외에 다른 이들을 섬길 수 있는 이 공동체가 있어서다.

이번 하반기 화요모임에서 ‘어? 성경이 읽어지네!’ 강의를 사랑하는 자매들과 함께 듣게 되어 무척 기대된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서 열심히 배움에 임하고, 남편들은 열심히 일해서 돈 벌고, 우리 여선교회 자매들은 열심히 강의를 들을 것이다. 이 시간을 통해 우리 자매들이 하나님 말씀을 더욱 사모하게 되고 평신도 리더로 세워지는데 귀한 양분을 얻기를 원하고 바라고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