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해가 긴 싱가폴에서 아직 어둑해지기도 전 아이들에게 ‘이제 이 닦고 자자!’라고 말하면 매일 새로운 방식으로 아쉬워합니다. 그런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날이 가정교회 시간입니다. 엄마가 왠만하면 화도 내지 않고 늦게까지 합법적으로(?) 깨어있을 수 있으니까요.
사실 나섬교회에 등록하며 기대와 동시에 우려했던 부분이 가정교회였습니다. 보통 낮에 혼자 가볍게 구역모임에 다녀왔는데,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과연 영적 나눔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걱정했습니다. 저의 모든 뒷모습을 아는 남편 앞에서 거룩한 삶에 대하여 어떻게 나눌지, 적지 않은 인원이 집에 다 앉을 수 있을지 등등 사소한 염려는 금방 잊혀져갔고 이제 금요일 저녁 시간은 비워두는게 당연해졌습니다.
각자의 우물가에서 하나님을 어떻게 만나고 목마름을 해소해주셨는지 나누며, 매일 성령님께 순종하는 훈련을 받고 있는게 저 혼자가 아님을 알게되었습니다. 경청하고 이해하며 깨어짐과 필요를 채울 수 있는 곳은 오직 하나님뿐이라는 것을 같이 다짐하는 시간을 가지며 서로 복음으로 세워주는 게 우리 교인들만 할 수 있는 특별한 연합임을 느꼈습니다. 하나님을 더 사랑하기 위하여 혼자 틀어박혀 기도하고 성경을 하루에 몇십장씩 읽는 것보다, 그 사랑이 얼마나 크고 감격스러운지 경험을 통해 나누고, 어쩔땐 듣기 블편해도 끝까지 마음을 열고 함께 하는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마치 10년넘게 단어 외우고 문법 배우며 익힌 저의 영어보다 매일 친구들과 놀면서 귀부터 먼저 트인 아이들의 영어가 자연스럽듯, 복음을 늘 상기시켜주고 하나님을 말하는 공동체 안에 머물러야 신앙이 유창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자들끼리 더 진솔하게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딸로서 자리를 지키며 겪고있는 일들을 나눌 수 있는 화요모임도 더 사모하게 되었습니다. 크고 작은 문제가 있어도 이미 답을 알기에 같이 요동치지 않고 잡아주며, 기쁜 일이 있을 때 진심으로 함께 웃으며 쌓은 시간들이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좀 더 부드러운 반응을 하게 해준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여선교회 임원 제안에 망설이지 않고 바로 대답했고, 제가 받은 은혜를 화요모임에 오시는 모든 분들이 느끼실 수 있길 소망하는 마음을 담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는 할머니께서 구역모임 날마다 유독 정성스럽게 음식 차리시고 준비하시는 모습을 보며 그저 친구가 오셔서 기쁘신가 했는데, 이제 그 마음을 조금씩 알 것 같습니다. 교회에서 만남이 잦아질수록, 기독교는 득도를 하는 종교가 아닌 관계를 맺는 태도와 라이프 스타일이 세상과 구별되는 삶 그 자체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매일 일상의 갈림길에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방향으로 올바르게 선택할 수 있도록 서로 기도하며 사랑하는 동역자들 많이 만나시길 축복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