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돈이 마르고 재정적으로 힘들 때가 있다. 인생에 흉년이 오는 것이다. 그때에 하나님을 충분히 의지했고 하나님의 허락이 있어서 빚을 낸 것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재정이 어려우면 일단 빚을 지고 보는 사람은 하나님을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빚에 의존하는 삶을 살기 쉽다. 하나님을 의지하면 하나님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빚을 의지하면 빚에 묶이게 된다.
광주에서 간사로 처음 위탁했을 때의 일이다. 간사 위탁을 하면 월급을 받지 않기 때문에 재정을 하나님께 전적으로 의존해서 살아야 한다. 다른 것은 괜찮은데 공동생활 비용이 부담이었다.
간사 일 인당 5만 원씩 내서 공동생활에 필요한 식비와 공과금을 해결했다. 몇몇 간사님들은 공동생활비가 밀려 있기도 했다. 나는 처음 몇 달은 신기하게 돈이 들어와서 공동생활비를 낼 수 있었다.
나중에 보니 월말에 꼬박꼬박 5만 원을 후원해주는 분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걸 알고부터는 들어오는 돈을 그때그때 필요한 곳에 썼다. 어차피 월말에 들어오는 5만 원을 공동생활비로 내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돈은 냉정하게 다스려야 한다.
훈련이 필요했던 것일까? 월말에 그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누가 헌금했는지 찾아 나설 수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한 달치를 내지 못했다.
공동생활 재정을 담당하는 형이 난감해했다. 여러 사람이 여러 달 밀려 있었기 때문에 나도 그런 상황이 될까봐 형은 근심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돈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내는 게 좋아.” 따뜻하게 말해주었지만 깊은 부담을 느꼈다.
그래서 예전처럼 돈이 들어올 때마다 조금씩 공동생활비를 내기 시작했고 결국 두 달 치를 다 내고 빚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그때 깊이 깨달은 가르침은 ‘돈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돈을 믿으면 반드시 낭패를 경험하게 된다. 돈을 순진하게 믿어도 안 되고 떠받들어서는 더욱 안 된다.
돈은 냉정하게 다스려야 한다. 형제나 심지어 부모 자식 관계도 쉽게 깨트릴 수 있는 것이 돈이다. 순진하게 돈을 대하면 반드시 상처를 입는다. 돈을 향한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이해해야 한다.
먼저 빚을 갚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내가 쓸 것 다 쓰면서 빚을 갚을 수는 없다.
빚을 갚아나가는 것은 나의 삶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며 삶에 대한 책임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빚에 대해서 책임감이 없는데 다른 것에 책임감이 있을 리 없다. 삶의 내용 전체가 무책임하게 되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없는 것처럼 아는 세상이지만 책임감은 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존재하고 다 계산되고 있다. 빚에 책임감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길바닥에 던져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조금씩이라도 빚을 갚기 시작하면 삶에 대한 책임감과 성실함이 일어나면서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도 신실하게 된다.
빚을 낼 때도 신중을 기하고 하나님의 허락을 받아야 하지만 빚을 갚을 때도 하나님을 철저히 의지해서 갚아나가야 한다. 반드시 그 모든 과정에서 하나님의 도우심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빚을 갚아나가다 보면 삶의 내용이 건실해질 것이다. 그리고 빚을 갚는 속도도 빨라지고 기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힘들어도 삶을 무너뜨리지 말고 끝까지 하나님과 동행해야 한다.
"전적 의존" 김길 / 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