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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영이신 성령님은 가난한 심령의 기도로 우리를 인도하신다. 가난한 심령의 기도란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자신의 무력함을 철저히 인정하는 기도이다.우리는 힘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는 간절하고 절박하게 기도하지 않는다. 온갖 것을 다 해보고 나서도 안 돼서 이젠 끝이라고 생각할 때 비로소 무력해져서 비참해진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나온다.

주님, 기도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네요. 내 신세가 처량합니다.”

그러나 그 무력한 마음이 바로 가장 훌륭한 기도이다. 젖먹이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젖먹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우는 것뿐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 호소하는 부르짖음을 곧 알아차린다.

우리의 무력함은 하늘 아버지의 마음을 향하여 부르짖는 젖먹이의 울음과 같다. 하나님은 그 순간 기도를 들으시고 즉각 반응하신다.

부모들도 그렇지 않은가? 힘세고 자기 생각도 많은 장성한 자녀의 요청은 조금 기다리라고 해도 힘없는 젖먹이의 부르짖음에는 즉각 응답한다. 그러므로 오히려 우리의 무력함이 하나님의 반응을 더 빨리 이끌어내는 것이다. 우리가 약하면 하나님이 빨리 오신다.

금식기도의 능력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예수님이 공생애 사역을 시작하시기 전에 성령께서 예수님을 광야로 이끌어 40일 금식하게 하셨다. 그러고 나서 마귀의 세 가지 시험을 받게 하셨다. 얼핏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마치 월드컵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을 굶기는 것 같다. 마귀와 큰 싸움을 하려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강해야 할 텐데, 성령님은 주님을 이끄시어 40일이나 굶주리게 하신 다음에야 마귀와 싸우게 하셨다.

우리 생각에는 큰 싸움을 앞두고 잘 먹어야 할 것 같지만, 영적 세계에서는 전혀 다른 힘의 법칙이 작용한다. 주님은 약할 때에 강함 되신다. 40일 밤낮을 주리신 예수님의 그 연약함, 그 육체적 무력함이 오히려 마귀와의 영적 전투에서 이길 수 있는 최상의 영적 상태였다.

금식은 음식을 안 먹음으로 내 육체에 힘이 빠지게 하는 것이다. 음식을 안 먹는 것만 금식이 아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안 하는 것도 금식이다. 말을 안 하는 언어의 금식이나 TV와 SNS를 일정 기간 끊는 미디어 금식도 있다. 우리가 평소에 의지하던 것들을 금식하면 힘이 빠진다. 그러나 그 무력함을 통해 하나님께 집중하게 된다.

오늘날 우리가 기도하긴 하는데 집중력이 없다. 마음과 생각을 주고 있는 딴 것이 너무 많다. 그것을 끊고 금식하게 되면 무력해지고 하나님께 집중하게 되는데, 그때 우리의 무력함이 만들어낸 절박감과 집중력이 성령의 통로가 된다. 육신에 의지하는 것을 다 포기한 우리의 무력함이 기도의 영이신 성령께서 가장 강력하게 역사하실 수 있게 한다.

령께서는 우리가 진실하게 “제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라고 무력함의 기도를 드릴 때 하나님의 더 친밀한 은혜를 체험하게 하신다. 너무 무기력해서 하나님 앞에 한 마디도 할 힘이 없어 눈물만 흘리고 앉아 있을 때도 있다. 그럴 때는 그냥 침묵으로 하나님 앞에 나와 있기만 하라. 그것도 좋은 기도다.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성령께서 우리에게 오실 것이다.

어떤 목사님이 서재에서 열심히 설교 준비를 하고 있는데, 어린 아들이 고개를 빼꼼 들이밀었다. 아빠가 설교 준비를 하실 때 서재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엄마의 엄명이 있었지만, 아들은 학교에서 힘든 일이 있었는지 지친 얼굴로 말했다. “아빠, 저 여기 있으면 안 돼요? 조용히 있을게요.” 아빠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이는 들어와서 진짜 조용히 앉아만 있었다. 하지만 그 힘없는 모습에 아빠는 너무나 마음이 애잔해서 설교 준비를 중단하고 가서 말없이 안아주었다고 한다.

우리 하늘 아버지께서도 그렇게 하실 것이다. 유창한 달변으로 기도를 해야 하나님이 들으신다고 생각하지 말라. 우리의 철저한 무기력함 앞에 하나님의 마음이 움직이실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무력함을 느끼는 대로 매일매일 하나님 앞에 말씀 드려야 한다. 크고 중요한 일뿐만 아니라 작고 섬세한 일도 다 말씀드리라. 왜냐하면 우리가 작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실은 큰일일 수도 있고, 우리가 큰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실은 작은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령님은 그것을 우리가 분별하지 말고 하나님께 그냥 가지고 오기를 원하신다.

어떤 일이든 하나님의 도움 없이는 안 된다고 겸손히 인정하라. 그런 겸손하고 낮은 마음이 바로 기도의 영이신 성령께서 기뻐하시는 마음이며, 우리 기도에 불을 당겨주는 힘이 된다.

부모로서 우리는 어떤가? 어릴 때는 장난감 하나만 고장 나도, 손가락 하나만 다쳐도 부모에게 뛰어오던 아이가 조금 컸다고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하기 시작하면 부모는 기특하면서도 섭섭하다.
하나님도 그러하다. 우리에게 지식이 있고 능력이 있어도 항상 하나님께 모든 문제를 가지고 와서 말씀드리면 하나님이 기뻐하신다.

물론 우리의 힘으로도 간신히 문제 해결은 할 수 있겠지만, 하나님이 개입하시면 해결 정도가 아니라 승리를 주실 것이다. 괜찮은 것이 아니라 위대한 열매를 맺게 하신다. 우리가 기도 안 하고 세상의 방법으로 키워도 자녀가 괜찮게 클 수는 있겠지만, 날마다 기도로 자녀를 하나님께 맡기면 그 자녀는 이 시대에 거룩한 영향력을 미치는 위대한 아이로 자랄 것이다. 우리 스스로 하면 괜찮게 하는 것을 하나님 손에 드리면 하나님은 위대하게 만드실 것이다. 그래서 성령께서는 모든 일을
하나님에게 맡기도록 우리를 인도하신다.

"하나님이 내시는 길,  한홍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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