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을 떠나 토론토에 온지 한달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영국,중국,싱가폴을 거쳐 살게되는 네번째 나라임에도 새로운 나라에 적응하는 것은 여전히 만만치 않습니다. 온지 일주일즈음 칼에 손을 크게 베었는데 병원을 몰래 몇 시간동안 지혈 시키느라 고생을 하기도 하고 가구를 들여놓기 전까지 냉기가 올라오는 딱딱한 바닦에서 자느라 고생하기도하고 천식이 있는 강현이 때문에 카펫이 아닌 마루가 깔린 집을 구했음에도 히터 때문에 천식이 올라와서 틀지못하고 급히 라디에이터를 구입하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눈길을 뚫고 아이들 픽업하느라 부츠와 양말이 다 젖기도 했답니다. 이것 저것 없는 것이 많아서 저녁에 장을 보러 나갈 때에는 낯선 여러 인종의 사람들이 위협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럴때마다 아... 내가 지금 내 아버지집과 같은(좋은 교회가 있고 좋은 지체들,친구들이 있는) 곳을 떠나 여기서 뭘 하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싱가폴도 처음부터 좋은 곳은 아니었습니다..1년 내내 무더운 날씨에도 강현이 천식 때문에 에어컨을 자주 켤 수가 없고 지금은 사람좋고 성격좋은 말레이시아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지만 처음엔 검은 피부를 가진 워커들이 위협적으로 느껴졌고 여름마다 헤이즈로 몇주씩 고생하고 천식이 있는 강현이를 학교에 보내는것이 부담스러웠던 곳... 가끔씩 보는 큰 바퀴벌레가 몇 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고 해가 갈수록 더욱 관리하지 않으면 관절부터 이곳저곳 안좋아지고 체력이 안좋아지는 곳, 스스로 긴장하지 않으면 금새 축 쳐질 수 있는곳...
그런 그곳이 살고싶은 곳,감사한 곳,즐거운 곳이 되었던 단 한가지 이유는 나섬교회 때문이었습니다.
깊이 있는 설교말씀 뿐 아니라 삶의 모습이 존경스러웠던 목사님... 겸손하고 건강한 리더쉽을 가진 믿음의 선배들... 서로 세워주며 함께 울고 웃어주었던 믿음의 동료들.. 매주 함께 하는것만으로도 힘이 났고 즐거웠고 그렇게 싱가폴도 제게 살고 싶은 곳이 되었습니다.
토론토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언제나 손꼽히는 도시라고 합니다. 그러나 제게는 아직 낯선 도시일뿐이네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국, 싱가폴을 떠나 이곳에 보내신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렇게 나라를 옮겨다니며 사는 것이 힘든 것이 많지만... 한 나라에서 삶의 시작과 마무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제게 많은 유익이 있습니다. 한 나라에서의 생활을 단락지을 때마다 언젠가 제 인생을 마무리 할 때를 생각해 볼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라를 옮길때마다 후회되는 것은 가장 최근에 산 값비싸고 무거운 물건이고 가장 마음속 깊이 남는것은 믿음의 지체들과 나누었던 교제입니다.
사랑하는 나섬교회 성도님들.. 빛과소금 지체분들 .. 한배 가족분들.. 제자반 집사님들..유아부 선생님들.. 그리고 나의 단짝 현진집사님... 함께 꿈꾸고 만들어갔던 좋은 공동체의 모습이 제 마음속 깊이 남아있습니다.
이곳에서도 좋은 만남.. 좋은 믿음의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 갈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