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몇 달후면 싱가폴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6년간의 삶이 스치듯 지나간다.
이삿짐을 꾸리듯이 하나씩 이곳의 생활을 정리해야지 하면서도 막상 그 일이 잘 되지않았다.
먼저 한국으로 귀국하신 집사님의 말처럼 나도 당분간 두 나라의 시간을 함께 살 것만 같다.
나섬교회에서 경험한 여러 만남들이 싱가폴 생활에서 소중한 추억이 되어 별처럼 내 마음에서 빛나고 있다.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되돌아 보아라 이 두 가지를 하나님이 병행하게 하사 사람이 그의 장래 일을 능히 헤아려 알지 못하게 하셨느니라” (전도서 7:14)
처음 열대의 이국적인 환경과 문물을 접하며 무사히 적응기를 마치고, 자연스레 수용하는 시절이 지나가고 있다. 향유하던 수많은 것들을 추억하며, 아마도 지금은 되돌아 보아야 하는 때... 터널의 어디 쯤을 가고 있는 것일까?.....미래를 알지 못하는 기다림은 더 막막하고 어려운 것 같다. ‘만사형통과 복’을 지나치게 사랑하며 어떻게든 시련을 피하고 싶은 것이 나를 포함한 보통 사람들의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그 곤고함이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고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게 하기에 ‘고난은 위장된 축복’이라고 한다. “무화과 나뭇잎이 마르고 포도열매가 없으며 ... 외양간 송아지 없어도 난 여호와로 즐거워하리... 난 구원의 하나님을 인해 기뻐하리라.”는 찬양의 가사처럼 속 깊은 위로와 기쁨 또 다른 축복을 주시는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물론 아직도 여전히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불평하고 때론 우울해 하지만... 그래도 달라진 점이 있다. 예전에 당연하다 여기며 깨닫지 못했던 일상에서 점차 감사의 제목들을 찾을 수 있다.
이제는 단순한 삶이 주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 있는 다른 분들의 고민을 진심으로 공감하게 되었다. 정말 다행스런 일이다.
요즘은 부족한 내게 기도후원을 부탁하신 자매님들 덕분에 그 약속을 지키기위해 의무적으로 시간을 정해 기도하고 있다. 처음의 굳은 결심과 달리 피곤하거나 최근처럼 비염이 심한 때엔 기도하기가 어렵고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그렇지만 인내하며 매일 하다보니 그 기도가 내게도 꼭 필요하고 힘이 됨을 느꼈다. 주님께선 이런 방법으로 나를 훈련시키시는가 보다.
특히 화요모임에 꾸준히 나오면서 성경배경과 교회사 등을 공부하고 찬양하는 것, 조원들과 삶을나누고 교제하며 기도하는 시간이 큰 격려가 된다. 이를 위해 수고하시는 목사님들과 전도사님, 여선교회 임원들과 돕는 분들께 감사하며 사랑의 빚을 진 것 같다. 또한 자매님들과 함께 불러주시는 곳에서 봉사하며 섬길 수 있어서 즐겁고 보람있었다.
그런데 싱가폴 생활을 돌이켜보니 교회 공동체에 속하지않은 이웃 사람들을 배려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경유지처럼 오래 머물지 않을 곳이라는 생각에 대충 지내다 가야지 했었다. 무엇보다도 그런 무심함과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지금까지 나는 서로 믿음의 코드가 맞는 사람들과 편하게? 만나는 것으로 거의 내 교제의 경계를 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전도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들을 놓치게 된 것은 아닐까? ‘철들자 노망난다’는 속담처럼 이제 떠날 날이 가까와 오자 이런 후회가 들다니...부끄럽게도 나는 일단 교회모임에 나오는 분들이 잘 적응하고 믿음이 뿌리 내리도록 돕는 것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한계이며, 그 이상은 어렵다고 스스로 변명했던 것이다. 사실 속을 들여다 보면 난 그 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것같다.
그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주님의 인도하심에 순종하여 앞으로 변화될 내 모습을 소망한다.
현재는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기쁨보다 한국에 가서 적응하고 새로 시작한다는 불안함이 크게 보이지만 모두 내려놓으려 한다. 우리에겐 든든한 후원자 하나님 아버지와 나섬가족들이 계시니까...
그동안 분에 넘치는 사랑을 주신 목사님과 사모님, 나섬교회의 형제, 자매님들께 조금 앞서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런 만남을 예비하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귀국 준비로 분주하실 싱가폴에서의 마지막 시간들을 여선교회 조장으로 기쁘게 섬겨주시고 , 조원들과 사랑으로 깊이 교제하시는 모습이 저희들에게 격려가 되고 도전이 됩니다. 집사님의 섬김 참 많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