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을 떠나며...."
노정아 집사
“범사에 감사하라”
유년 시절, 막연히 그 말이 좋아서 나의 삶의 모토로 삼았던 성경 구절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진정한 뜻을 몰랐던 것 같고, 무언가 실패했을 때 그 구절로 포장하여 스스로 위안을 삼았던 것 같다.
약 2년 간의 싱가폴 생활. 한국으로 발령받은 남편을 따라 이제 이 곳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나에게, 주님은 감사함과 섬김을 한 번 더 절실히 가르쳐주고 계신다.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일이지만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누군가에게 의도적으로 받지 않은 거절과 좌절이란 스스로의 공격으로 눈물을 삼켰던 어려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그 길을 힘겹게 돌아감으로 인해 자존감이 낮은 나는 한없이 작아짐을 경험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내가 사랑받고 있음을, 그래서 작아짐이 아닌 상상할 수 없는 벅찬 감사를 열 배, 백 배로 채워주셨다.
그리고 마음이 약하고 힘든 사람을 어떻게 위로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게 된 것 같다.
그 때 내 곁에는, 글을 쓰는 지금 생각만으로도 감사함의 눈물이 날 만큼 사랑하는 주만 가정교회 지체들과 여선교회 임원들이 있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온 가족이 함께 하는 가정교회에 대한 이미지는 온 가족이 주야로 기도와 묵상을 하는,‘감히 나 같은 사람이 범접할 수 없는 이들의 모임’정도였다. 하지만 그 처음은 너무 자유로워 보였고 열일곱 명이라는 많은 아이들과의 모임이었기에 나에겐 물음표였다. 그러나 그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짧은 시간 속에 섬김을 보여주셨고 변화를 이끌어내 주었으며, 풍성한 사랑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또 하나의 도전이었던 여선교회 임원의 시작. 기도도, 성경적 지식도, 삶의 지혜도 부족한 내가 왜 이 곳에 있나 라는 의문이 나를 작아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여선교회 임원들과 지내온 몇 개월의 여정 속에서 지금은 알 것 같다. 부족해서 하게 하셨구나, 나의 아프고 부족한 부분을 아시고 만져 주시고, 가르쳐 주시려 한 것이었구나..
마지막으로 내 인생의 가장 큰 선물 중 하나는, 늘 허전하였기에 만족을 모르던 나의 불만의 찬 목소리가, 작은 것에도 감사를 입술로 고백하는 변화가 생겼으며, 그로 인해 하나님을 모르던 남편을 교회로 인도하여 주님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 부부는 자신의 이야기만 강요하던 예전의 모습에서, 말씀을 나누고, 칭찬하며, 서로를 보듬는 진정 돕는 배필로 변모해가고 있다.
싱가폴 나눔과섬김의교회에서 받은 차고 넘치는 이 감사를, 내가 오늘 누군가를 위해 흘려보낼 수 있기를 소원한다. 마지막으로, 나를 자녀 삼아 주시고 오늘도 주님 앞으로 나오길 기다리시며, 약하여 쓰러질 때마 다 나의 어깨를 다독여 주시고, 또 일으켜 주시는 나의 사랑하는 주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