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동호회를 하면서
양 정 연
싱가폴에 온지 2년 10개월. 남편의 직장을 따라 싱가폴에 와서 살기로 갑작스럽게 결정했을 때의 당황스러움과 혼란스러움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2011년 8월 남편이 싱가폴 국립연구소에 면접을 보겠다는 말을 했을 때도, 한번도 한국을 떠나본 적이 없던 제가 바로 몇 달 뒤(12월) 해외이사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요. 너무도 많은 일들, 그리고 너무도 많은 사람들과 갑작스럽게 이별을 하면서 제가 크게 싸워야 했던 감정은 “아쉬움”이었습니다. 너무도 후회가 되었습니다. 가족들과 친구들, 교회가족들에게 좀 더 잘해 주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웠습니다. 몇 달 동안은 “~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말이 끊임없이 나왔습니다.
싱가폴에 와서 저는 이전에는 별로 만나보지 못한 여러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국제학교를 통해 다양한 국적과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학교가 기독교학교라 그런지 그리스도인 학부모들이 많았습니다. 그 들 중 어떤 사람들과는 함께 성경 공부를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과는 함께 기도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신앙생활을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도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년 전 복음을 들은 NUS의 한 중국 학생이 지금은 그리스도인이 되어 하나님과 함께 기쁘게 살아가는 모습도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낯선 사람들과 교제를 하면서 문화적 언어적 벽을 뛰어넘는 하나님의 진리와 사랑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도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저는 싱가폴에 오면서 아무런 목표가 없었는데 하나님께는 있었습니다. “하나님을 좀 더 크게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것.” 정말이지 하나님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시고 더 놀라우신 분이었습니다.
지난 9월 24일 친구를 따라 나섬교회 독서모임에 처음으로 나가보았습니다. 역시 하나님은 그곳에도 계셨습니다. 책을 읽고 느낀 것들을 나누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소망을 하나님께만 두는 삶”에 대해 풍성히 나누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처음보는 “낯선” 집사님들이었지만 하나님의 진리와 사랑을 나누면서 성령으로 하나된 “자매들”임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어디를 가든 하나님과 함께 하니 늘 소중한 만남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목표했던 3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갈 길은 잘 안 보입니다. 역시 사람의 계획은 불완전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하나님의 계획이 제 것보다 훨씬 탁월하고 훨씬 선하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기에, 그래서 그 때가 언제가 되든 하나님의 때를 기다릴 수 있는 믿음이 예전보다 조금은 더 생긴 것 같기에, 제 마음은 평안합니다. 내 계획이 틀어졌다고 조급해 하지 않으렵니다. 다만, 이젠 하나님이 주신 새로운 목표와 계획이 생겼습니다. 다시는 “아쉬움”이 제 삶을 지배하지 않도록 살고 싶은 목표가 생겼습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을 언제 떠나든 예전처럼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이라고 후회하는 일은 없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 기도는 저로 하여금 지금 있는 곳에서 더 열심히 살도록 이끌어 줍니다. 그리고 주님과 함께 하면 후회가 없다는 것을 경험하게 합니다.
이 기도가 이제는 좀 더 깊어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기도를 아마 평생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주님, 제가 이 세상을 언제 떠나든 주님과 주님이 주신 사람들을 향해 “아쉬움”이 없는 삶을 살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저를 “후회”라는 늪에서 건져주신, 그리고 이 세상 어디를 가든 주님과 함께 열심히 걸어가기만 하면 나와 내 주변의 삶이 정말 행복해진다는 “진리”를 깨닫게 하신, 살아계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