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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을 품은 슬픔
(예레미야애가 1장)

오늘부터 살펴볼 예레미야 애가는 남유다의 패망을 바라보며 슬퍼하며 탄식하는 예레미야의 슬픔의 찬가입니다. 오늘 본문 1절은 ‘슬프다 이 성이여’라고 시작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 성’은 바로 유다의 수도였던 ‘예루살렘’을 말합니다. 그 땅이 지금 어떻게 변했습니까? ‘전에는 사람들이 많더니 이제는 어찌 그리 적막하게 앉았는고’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4절에서는 “시온의 도로들이 슬퍼함이여 절기를 지키려 나아가는 사람이 없음이로다” 이전 같았으면 절기 때 마다 예루살렘으로 제사를 드리러 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예루살렘이 이제는 적막하기 그지 없는 폐허가 된 것입니다. 
최근 싱가포르는 이전의 모습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 싱가포르 시내에 나가면 사람들로 항상 북적됐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관광객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데, 작년에 처음 락다운됐을 때는 정말 시내 어느 곳은 폐허나 다름없는 그런 모습인 곳도 있었습니다. 그런 싱가포르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물며 자신의 조국이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완전히 패망하고 그 성이 폐허가 되어 버린 모습을 보는 예레미야의 심정이 어떠했을까요? 그는 극도의 슬픈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과 함께 성령님이 주시는 감동으로 아주 섬세하고 예술적인 예레미야 애가라는 성경을 기록했고, 훗날 이스라엘 백성들은 회당에서 항상 이 애가를 낭독하고 불렀다고 합니다. 

저는 오늘 본문을 통해서 ‘고난’의 새로운 정의를 발견합니다. 고난은 평범하다 여겼던 것들의 상실이라는 것입니다. 남들에게 없고 나에게만 있는 어떤 특별한 것을 상실했을 때 느끼는 고통 보다 누구에게나 있는 아주 평범한 것을 상실했을 때 느끼는 고통이 훨씬 더 강합니다. 
평범하고 아주 당연한 일상이라고 여겼던 것들… 예를들면 건강, 가족, 연인, 친구, 먹고 살기 위해 필요한 물질, 직장.. 이런 것들은 우리에게 항상 있어왔고 이런 것들이 전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평범해 보이는 것들을 잃어버리는 상실을 경험할 때.. 그 고통은 말할 수 없이 큰 것입니다.
예루살렘성과 그 안에 살던 사람들에게 이제는 평범한 일상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바벨론의 공격으로 모든 것을 빼앗겼습니다. 평범했던 일상은 이제 꿈만 같은 옛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하나님은 예루살렘의 멸망이라는 고통의 문제를 통해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존재와 은혜를 깨닫고 다시 돌아오길 원했습니다. 오직 극심한 고통만이 이스라엘에게 남은 진실을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18절 말씀입니다. 
18 여호와는 의로우시도다 그러나 내가 그의 명령을 거역하였도다 너희 모든 백성들아 내 말을 듣고 내 고통을 볼지어다 나의 처녀들과 나의 청년들이 사로잡혀 갔도다
예루살렘이 당한 고통의 문제를 바라보며 하나님의 의로우심을 인정하고 자신의 과오를 고백하는 이들이 생겨났습니다. 비록 이스라엘은 망해서 다 잘려져 나간 나무 그루터기 같은 모습이지만 하나님은 거기서 부터 다시 시작하시는 소망을 주십니다. 

사람이 살면서 경험하는 가장 극심한 고통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고통일 것입니다. 바울사도는 믿는 우리가 어떻게 ‘죽음의 문제’를 바라봐야 할지에 대해서 말씀합니다. 
[살전4:13] 형제들아 자는 자들에 관하여는 너희가 알지 못함을 우리가 원하지 아니하노니 이는 소망 없는 다른 이와 같이 슬퍼하지 않게 하려 함이라
여기서 ‘자는 자들’은 죽은 자들을 의미합니다. 누군가가 죽었을 때… ‘소망 없는 다른 이와 같이 슬퍼하지 말라’고 말씀합니다. 이 말은 다르게 해석하면, 이중부정이기 때문에.. 이중긍정으로 바꾸면.. ’소망 있는 자와 같이 슬퍼하라’는 말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고통스러운 일을 당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하나님의 심판의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 문제 앞에서 슬픔을 느낍니다. 애통함을 느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소망 없는 슬픔이 아닌.. 소망을 품고 슬퍼해야 합니다. 
예레미야애가는 아주 정교한 히브리 문학적 기법을 사용해서 쓰여졌습니다. 아크로스틱이라는 문학기법, 즉 시의 행의 첫단어를 히브리 알파벳 순으로 쓴 것입니다. 
예레미야는 그 슬픈 와중에 이런 기가막힌 하나님의 감동으로 쓰여진 애가를 지어 불렀다는 것입니다. 소망이 없으면 슬픔 중에 이런 시를 지어 부를 수 없습니다. 울기 바쁩니다.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아무 생각도 하기 싫습니다. 그냥 정신나간 사람처럼 살게 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자녀는 달라야 합니다. 예레미야와 같이 슬픔 중에도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슬픔 가운데서도 세미하게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정교한 말씀을 듣고, 그 말씀에 반응해야 합니다. 이것이 고통의 문제 앞에서 하나님의 자녀가 취할 태도와 자세인 것입니다. 
사회이론가 막스 셸러는 “세계 어디서나 위대한 신앙가나 사상가들의 가르침에는 고통과 고난의 의미가 그 핵심을 이룬다”고 말합니다. 오늘 우리가 당면한 고통의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에 비추어 그 고통을 재해석해 낼 수 있는 믿음의 실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와 같은 고통에 갇혀 있는 자들에게 말씀으로 위로와 격려를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이 하루를 살아갈 때.. 힘든 일이 있어도 그 앞에서 좌절하고 넘어져 멍하니 있는 자가 아니라… 소망을 품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말씀 앞에 서고, 주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는 복된 주님의 자녀들이 다 되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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