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를 키우다보면,
어느 날 훌쩍 커버린 아이를 볼 때가 있다.
오늘은
딸내미가 등을 뒤로 하고 누워 자는데..
이불이 허리춤까지 덥혀 있다.
내가 덮어 준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릴 땐,
말을 해도 소용없고,
자는 것 같아서 살짝 덮어줘도 귀신같이 알고서
발로 차버리더니.....
이젠 알아서 잘 덮고 잔다.
애들을 다 키운 이들은
아.. 그랬던 적이 있었나 하며 새삼스러울 것이고,
아직도.. 어린 아기를 가진 이들은.
언제나.. 그런 날이 오려나? 하겠지만.
가속도가 붙은 세월은
어느 새 나를 거기까지 데려다 놓고,
또 훌쩍 지나가 버리게도 한다.
수요기도회를 못 갔다.
뭐. 오늘만 못 간게 아니라.
거진 못 간다.
하지만, 기도회가 있는 것은 기억하는 편이고
어떻게든 갈 궁리를 해보지만,
현실이 따라주지 않는 건지,
내 의지가 약한건지 뭐 그렇다.
아직은 떼 놓고 가기가
뭐해 못 가지만,
얼마 안 있으면 그런 구실도 없어진다.
한 참 아기를 키울땐
자녀를 돌보는 것이 신앙생활에 성가신 일이 되기 쉽다.
어떻게 하면,
아이를 키우는 것을 즐기며
그때 그때를 최선으로 살아갈건지..
나의 숙제이다.
새벽부터 아이를 깨우느라 전쟁을 치뤄야 한다.
첨엔 예쁜 말로 부르다가 점점 윽박을 지르게 된다.
밤에 자야하는데.. 잘 안 자는 것도 마찬가지고.
보던 책은 제자리에 갖다 놔라.
만화책 좀 그만 봐라.
냉장고 문을 살살 닫아라.
우유를 병채 둘러마시지 마라.
가방을 제대로 끌어라..
손을 옷에다 닦지말고 수건에 닦아라.
공부 좀 해라.
숙제는 언제 하냐?
(앞에.. '제발' 또는 '내가 너 때문에 x쳐'라는 말이 들어가)
으으으윽~~~ 성대결절 직전.
하지만,
갑자기 다른 면이 보일때가 있다.
커서 안 하던 짓을 한다든가
그렇게 말을 안 듣고 대들고 그러다가도..
이렇게 이불을 폭 덮고 자거나,
내일 아침에 엄마가 일찍 일어나 피자빵을 해달라면서..
내 등을 톡톡 친다.
허참.
어떻게 보면 또 정말 구엽다.
아주 가끔 느끼는 작은 변화나 감사한 것을
크게 느끼고 또 즐기는 것.
이거이.. 즐기며 사는 생활에 도움 될것 같다 이거이야.
뭐.. 횡설수설.
뭐.. 내가 잘해서 그러는게 아니라
좀 잘 해보고 싶은 맘에 여따 펼쳐 놔본다.